"어제(6월29일)는 정말 몰수경기를 당해도 된다는 심정이었다. 더그아웃을 떠나려다가 참았다."
선동열(50) KIA 감독은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허탈한 웃음만 내뱉었다. 선 감독은 전날 7회초 판정 번복에 항의해 선수단 철수를 강행했다. 선 감독뿐 아니라 이순철 KIA 수석코치까지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고, 경기는 16분간 중단된 후 재개됐다.
선 감독은 30일 "정말 몰수게임이라도 하고 싶었다. 심판들도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총대를 메고 몰수경기를 당하려고 했다. 코칭스태프가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았다"고 말했다. KIA는 이틀 동안 애매한 세이프 선언과 판정 번복 후 곧바로 실점하면서 2경기 모두 패했다. 9연승을 달리다 29일까지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순위는 5위로 떨어졌다.
선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순간에 치명타다. 심판들이야 '인간이라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넘어가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어떻게 하는가. 다들 말은 안해서 그렇지, 현장의 감독들은 모두 불만이 많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이어 "언젠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심판들은 상황을 못 봐도 큰 제재가 없다. 결과적으로 당하는 사람만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진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선 감독은 노기는 조금 풀어졌다. 그는 "2승할 수 있던 걸 2패한 셈이지만 지나간 일을 어쩌겠는가. 마지막 1경기는 이기고 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말썽없이 경기했으면 좋겠다"며 허허 웃었다. 이어진 한 마디. "그런데 가장 최근 몰수경기는 언제였나요. 몰수경기 당하면 징계는 어느 정도 나올까요. 농담으로 물어보는 거에요." 프로야구에서 몰수경기는 딱 2번 있었다. 1982년 8월26일 삼성-MBC전과 85년 7월16일 MBC-OB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