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현장21'이 지난주에 이어 2일 연예병사들의 방만한 근무 실태를 폭로하면서 인터넷 공간이 시끌벅적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인 '군대 문제'를 건드려, 각계각층 남녀노소 불문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일부 병사들의 안마방 출입 보도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2일 방송에서는 연예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사복 착용·모텔 투숙 및 음주·부대 내 놀이방 운용 문제 등 전반적인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여기에 국방홍보원 내 성추행 사건, 연예병사들의 법인카드 사용까지 추가 보도해 사건을 확대했다.
일간스포츠는 리서치 전문 사이트 소비자 리서치패널 틸리언(www.tillionpanel.com)과 연예병사 제도를 긴급 진단했다. 네티즌의 70%는 연예병사 제도를 당장 폐지하라며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총 인원 1만2890명의 네티즌이 설문에 참여할 정도로 연예병사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대단했다.
▶네티즌 70%, "연예병사제 당장 폐지하라"
네티즌은 연예병사제도 존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예병사제도가 연예인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군 고위층의 개인 행사에 악용되는 등 문제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대중은 복무 태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당장 폐지하는 편이 군 사기 진작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연예병사제도, 이대로 괜찮을까요'라는 설문에 네티즌 70%가 '폐지하라'는 입장을 택했다. 일반 사병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조직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조직은 당장 폐쇄하고 연예병사는 일반 병과로 보직 이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정·보완하라는 입장도 28.7%로 적지 않았다. 문제는 분명하지만, 폐지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연예병사의 존재의 목적이 일반병사의 사기 진작과 모병 홍보 등에 있는 만큼, 제도의 수정·보완을 통해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면 된다는 것이다.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입장은 1.3%로 소수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한 네티즌은 '동네잔치까지 불려다니는 입장이니, 연예병사에게 적절한 당근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도 너무 했다. 지금은 일반병사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예병사 논란 누구의 잘못일까'라는 설문에는 네티즌의 66%가 국방부와 연예병사 모두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1997년 연예병사 제도가 생긴 후 16년동안 이나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군과 특혜를 당연히 여긴 연예병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연예병사를 꼽은 네티즌이 21.2%, 국방부를 지적한 네티즌이 12.8%로 뒤를 이었다.
'연예병사제도,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질문에는 연예병사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 74.4%가 연예병사를 지목했다. 여러 가지 편의를 누리는 연예병사들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 주된 이유다. 군고위층을 지적한 네티즌도 20.6%에 달했다. 연예병사를 뽑아놓고, 일반사병을 위한 행사가 아닌 사적인 행사에 불러 이용했다는 것이다. 군 간부가 병사에게 행사를 부탁하는 상황들이, 병사들의 군기 실종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지적이다. 일반병사라는 답은 5.1%로 가장 적었다. 연예병사제도가 일반병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존재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거리는 너무 멀었다. 실제 군 위문열차 등 연예병사제도의 혜택을 보는 부대는 소수로 알려졌다.
▶현직 중위,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
네티즌은 물론 현직 군인들도 해당 사건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일반병사는 휴대폰 쓰는 연예병사에 자괴감을 느꼈고, 장교들은 선임이 나이 많은 후임에게 존댓말을 쓰는 등의 군 기강 해이에 고갤 떨구고 있다. 자신을 현직 사병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온라인에 '부대 내에서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예병사들의 군 생활을 보니, 우리와는 하늘과 땅차이더라. 귀족병사라고 하더니 장교들보다도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 같다'라고 글을 남겼다.
공군에서 복무중인 모 중위는 연예병사제도의 폐지를 언급했다. 그는 "결국 군 고위층과 연예병사만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고위층에서는 병사들을 사적으로 이용해 배를 불렸고, 병사들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실속을 차렸다. 일반병을 위로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 오히려 군 조직의 암 덩어리가 됐다. 당장 폐지함과 동시에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제도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해당 연예병사의 징계 등을 논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방부의 조사 결과는 5일께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