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남배우들이 여성팬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우성(40)은 다르다. 여성들의 애정공세는 물론이고 남성들의 동경어린 시선까지 한 몸에 받는다. 데뷔할 때부터 그랬다. 반항기가 다분해보이는 남성적인 면모와 대충 걸쳐입은 옷자락, 헝클어진 헤어스타일로 야성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때로는 먼 곳을 응시하는 우수어린 눈빛으로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만큼 거쳐온 작품도 다양하다. '비트'(97)와 '태양은 없다'(99)에서 반항기 넘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내 머릿속의 지우개'(04)에서는 사랑에 목숨거는 '로맨틱남'으로 등장했다. '무사'(01)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08) 등의 영화를 통해 고난도의 액션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전과자가 된 인물을 연기하며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줘 극찬을 들었다. 이번에 들고 나온 영화 '감시자들'(조의석·김병서 감독, 3일 개봉)에서는 데뷔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경찰 특수감시반과 맞대결을 펼치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제임스를 연기했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를 돋보이게 만든 정우성에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감시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때문인지 술자리에서 만난 정우성은 한껏 들떠있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애써 시간을 내 일간스포츠와 술잔을 기울였다. 여름철 더위를 잊기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를 택했다.
▶'감시자들' 4년만의 한국영화, '런닝맨' 출연까지 적극 홍보
-2009년 '호우시절' 이후 4년만에 내놓은 한국영화네요. 유독 홍보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좀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요. 신나면 신나는대로 표현하고 기분 나쁘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해요. 오랜만에 들고 나온 한국영화인데다 작업 자체도 즐거웠어요. 영화 작업은 항상 즐거운데 이번엔 특히 깃털같은 옷을 입고 날아다니는 느낌이었어요."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까지 출연하는걸 보고 놀랐어요.
"1997년 '비트'를 찍었을때도 이영자씨와 홍진경씨가 진행하던 SBS '기쁜 우리 젊은날-영자의 전성시대'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했던 기억이 나요. 그 전에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다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런닝맨'이 처음이었죠. 두렵진 않았는데 재미없는 제가 나가서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어요. '내가 왜 '런닝맨' 시청률을 올려야겠다는 고민까지 해야되냐'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어요.(웃음) 다행히 방송후 시청률이 오르고 반응이 좋아 기분 좋아졌죠."
-'감시자들'에서 우성씨가 맡은 제임스 캐릭터의 개인사가 좀 더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안 그래도 제가 출연을 결심하면서 영화사 측에서 제임스의 과거사를 추가하고 분량도 늘이겠다는 말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가 엉망이 될 것 같아 오히려 제가 '절대 안 된다'고 거부했어요. 기획방향과 확연히 다른 작품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어요. 또 제 캐릭터가 악당이라 굳이 이 친구의 악행을 미화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쁜놈'은 그냥 '나쁜놈'일 뿐이니까요."
▶'아테나'는 아쉬운 드라마, '빠담빠담' 노희경 작가와 재회 가능성 열려있어
-말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와 다르네요.
"수다 떠는걸 좋아해요. 특히 작품 이야기하는걸 즐기죠. 배우가 자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할줄 알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술자리에서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괜히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말 없어 보이는 녀석이 이미지와 달리 행동하니 놀라는거죠."
-장편영화 감독 데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2008년 즈음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겠다고 알렸다가 벽에 부딪쳤어요. 단편영화와 광고 연출에는 손을 댔는데 장편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예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끝낸후 회사까지 차려놓고 감독데뷔 준비를 했는데 그 사이에 '시티헌터' 등 글로벌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아요. 배우로서 욕심이 나더군요. 인지도를 더 높인후 감독으로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연기를 좀 더 보여주려고 했다가 막상 일이 예상대로 착착 진행되지 않아 좀 꼬였어요. 배우가 본업인데 감독데뷔 욕심에 본업을 포기할순 없다고 생각해요. 양치기소년 될것 같아 '언제 데뷔하겠다'는 약속은 안하려고요.(웃음)"
-한동안 충무로에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어렵게 선택한 드라마가 SBS '아테나'였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실망스러운 면이 많았어요.
"글로벌 프로젝트 때문에 한국영화 출연제의를 고사하고 감독데뷔 준비도 미뤘다가 막상 일이 진행이 안돼 고민이 많았어요. 슬슬 조바심이 나던 와중에 더 많은 분들 앞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드라마 '아테나'를 택했죠. 하지만, 저 역시 그 작품에 아쉬움이 컸어요. 시놉시스만 있고 대본이 없는 드라마였죠. 액션신이 등장하는데 '내가 왜 여기서 싸워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해가 안돼 힘들었어요.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빠담빠담'에 출연했어요."
-'빠담빠담'에서 보여준 연기가 참 인상 깊었어요. 노희경 작가님과 다시 작업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노희경 작가님이 얼마전 '감시자들'의 VIP시사회에도 직접 찾아오셨어요.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궁금하니 더 자주 보여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앞서 '배우 정우성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미안하다'는 말도 하셨는데 함께 작업해본 이후 저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지셨다고 하시더군요."
정우성 프로필
출생 : 1973년 3월 20일 신체 : 187cm, 79kg 혈액형 : O형 데뷔작 : 영화 '구미호'(94)
주요 작품 영화 '본투킬'(96) '비트'(97) '태양은 없다'(98) '유령'(99) '러브'(99) '무사'(01) '똥개'(03) '내 머리속의 지우개'(04) '데이지'(05)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08) '호우시절'(09) '검우강호'(10) '감시자들'(13)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95) '곰탕'(96) '1.5'(96) '아테나:전쟁의 여신'(10)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