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넥센의 만남은 언제나 뜨겁다.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접전이 이어져 '엘넥라시코'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양 팀은 올 시즌 4승(4패)을 나눠가졌다. 5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9차전은 더욱 뜨거웠다. 2연패를 하며 4위로 내려앉은 넥센과 '40승 선착'까지 단 1승을 남겨둔 LG의 대혈투가 벌어졌다. '진기한' 볼거리도 넘쳐났다.
◇넥센의 집중력, 8회를 빛내다
LG는 1회초부터 3점을 뽑아냈고, 6-4로 앞선 4회초에는 오지환의 적시타와 현재윤의 기습번트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8-4가 됐다. 이때만 해도 승기는 이미 LG로 굳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넥센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7-9로 뒤진 8회말. 넥센의 대추격이 시작됐다. 1사 후 문우람이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타석에는 4번타자 박병호가 섰다. 박병호는 상대 이동현의 6구째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박병호의 투런포로 넥센은 9-9 동점을 만들었다.
LG는 이동현을 내리고 임정우를 올렸다. 하지만 임정우는 이택근과 강정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김민성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를 만든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LG의 다음 선택은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었다. 봉중근은 서동욱을 짧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한 숨을 돌렸지만,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타석에는 올 시즌 1군 경기에 첫 출장하는 김지수가 대타로 나왔다. 김지수는 봉중근의 공을 끈질기게 커트해냈다. 그 사이 넥센 2루주자 강정호는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지는 '작전'을 펼쳐 봉중근의 2루 견제를 유도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통했다. 봉중근이 2루를 견제하는 사이 3루에 있던 대주자 유재신이 홈을 파고들어 10-9 역전 점수를 만들었다. 2루수 손주인이 홈으로 송구했으나 유재신의 발이 빨랐다. 그 사이 1루 주자 김민성과 2루주자 강정호도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김지수는 봉중근과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갔고, 흔들린 봉중근은 오윤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LG는 9회초 이병규(등번호 7)가 박용택의 3루수 땅볼때 홈을 밟아 한 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점은 내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이병규
LG 이병규(등번호 9·39)는 이날 개인 1호이자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기록하는 것) 대기록을 달성했다. 5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그는 1회초 선발 밴헤켄에게 안타를 때려냈고, 3회초에는 시즌 4호포를 터트렸다. 5회초에는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쳐내며 무서운 타격감을 보였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3루타 단 하나만 남은 상황. 이병규는 7회초 2사 1루에서 맞은 네 번째 타석에서 넥센 이보근의 초구를 받아쳤다. 중견수 이택근이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지만 공을 놓쳤고, 그 사이 이병규는 쉬지 않고 내달려 마침내 3루 베이스를 밟았다.
만38세8개월10일로 작성한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이 쓰여진 순간이다. 이전 최고령 기록은 양준혁(은퇴)이 삼성 소속이었던 2003년 4월15일 수원 현대전에서 만 33세 10개월19일이였다. 가장 최근의 사이클링히트 기록은 지난 2009년 4월11일 잠실 LG전에서 이종욱(두산)이 기록한 바 있다. 이병규는 이날 4타수 4안타(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로 아쉬움을 가득 안고 경기장을 나서야 했다. LG는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고도 패한 첫 번째 팀이 됐다.
◇포수 마스크를 쓴 이성열
이성열은 이날 2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8회초 수비때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넥센은 6회말 포수 허도환의 타석에서 대타 조중근을 투입했고, 7회초 박동원이 다시 포수로 나섰다. 이어 7회말 박동원의 타석때 대타 유한준이 나오며 넥센은 엔트리에 있는 포수를 모두 소진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때 포수 훈련을 받았던 이성열이 8회초부터 포수로 나섰다. 이성열은 12-9로 앞선 9회초 손승락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면서 블로킹에 실패해 세 번이나 공을 빠트렸지만 무사히 '2점'을 지켜내며 12-10 승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