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홍명보호 1기 멤버들'에게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홍 감독의 최측근은 10일 "홍 감독이 동아시안컵 대표팀 소집일에 파주 NFC에 모이는 대표 선수들이 무조건 양복을 입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단순히 양복만 입는 게 아니라 넥타이 착용까지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JTBC 단독중계)는 20일에 한국에서 개막하며, 대표 선수들은 17일에 소집될 예정이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11일에 발표한다.
그동안 대표팀 선수들은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될 때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섰다. 하지만 홍 감독은 평소 '대표팀 선수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홍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으로 첫 출발하는 자리에서부터 강력한 복장 규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요즘 낮기온이 30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수들은 예외 없이 넥타이까지 매야 한다.
기성용 SNS 파문 여파?
대표팀의 '정장 소집'은 기성용(24·스완지시티)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과 맞물려 더욱 눈길이 간다.
10일 대한축구협회는 기성용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하되 징계위원회에는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와는 별개로 홍 감독이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묵직하다. 비록 기성용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기존 대표팀의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까지도 '대표팀의 품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홍 감독의 측근은 "홍 감독은 대표 선수들이 소집 때마다 티셔츠를 입거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홍 감독이 기성용의 SNS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일종의 기선제압 아니겠는가"라며 "아울러 선수들에게 태극마크의 고귀함을 일깨워주려는 의도도 있다. 몸과 마음 모두 정장을 입듯 단정하게 하고 오라는 의미 같다"고 전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등 유럽 축구대표팀은 물론 일본 대표팀도 소집 때 정장을 착용한다. 대표 품격을 높이고, 공동체로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나의 팀' 향한 첫걸음
홍 감독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사령탑 당시 선수들의 사생활에 절대로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체 생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독특한 규율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상의를 하의에 무조건 집어넣기'였다. 당시 올림픽팀 소속이었던 기성용은 지난해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내가 왜 이렇게 입어야하나. 훈련이 끝나거나 감독님이 안보면 상의를 얼른 빼내곤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복장 외에도 홍 감독은 '훈련과 식사시간의 시작과 끝 함께 하기', '훈련 도중 물 마시고 돌아갈 때 무조건 뛰기' 등을 원칙으로 세웠다. 이를 어길시 김태영 코치가 꿀밤을 내리거나, 심할 경우 자체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홍 감독은 취임일성으로 "대표팀 슬로건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라고 밝혔다. '정장 소집'은 홍명보팀이 '하나의 팀'으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