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이 절반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신인왕을 점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후보자가 압축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로선 굳어지는가 했던 NC의 집안 잔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27)은 13일 잠실 KIA전에서 시즌 5승째를 거뒀다. 그것도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완벽투였다. 그는 이날 롯데전에 나온 NC 이재학(23)이 승리를 못 챙기는 바람에 그와 함께 신인왕 자격을 갖춘 선수 중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신인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시즌 초·중반까지 신인왕 구도는 NC의 집안 싸움으로 펼쳐졌다. NC 외야수 나성범(24), 투수 이재학, 이태양(20)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활약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5월22일부터 6월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6명 중 NC 선수 4명이 후보에 올라 나성범이 반수가 넘는 지지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SK 한동민(24), 롯데 김대우(29), LG 문선재(23) 등은 NC의 상승세가 맞물려 주목도에서 약간 밀리는 모양새였다.
당시 유희관은 설문 조사에서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프로 5년 차 늦깎이에 설문이 시작된 5월22일까지 2승에 머물러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희관의 꾸준한 질주로 신인왕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유희관이 가장 앞선다. 그는 5승1패1세이브3홀드에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고 있다. 13일 경기로 평균자책점 부문 2위가 됐다. 1위 KIA 양현종보다 0.03 높다. 소화 이닝은 77⅓이닝로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많다. 불펜 투수로 뛰다 5월 초에 처음 선발 등판했는데 나올 때마다 긴 이닝을 소화해 빠른 속도로 규정 이닝을 채웠다.
최근 유희관의 피칭은 에이스급이다. 선발 붙박이가 된 6월부터 6경기에 나와 6월26일 KIA전(5⅓이닝 2실점)을 뺀 5경기에서 7이닝 이상 던지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로 장식했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두산은 니퍼트와 노경은 외에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없어 유희관이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이상 계속 선발로 뛸 전망이다. 직구 최고 시속이 130㎞ 중반대에 머무르면서도 타자를 어렵지 않게 처리하는 독특한 피칭 스타일에도 후한 점수를 매기게 한다.
그 바로 뒤에 이재학과 나성범이 있다. 이재학은 5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를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유희관보다 0.9 가까이 높다. 그러나 퀄리티스타트는 8회로 신인왕 후보 중 최다를 자랑한다. 그는 시속 140㎞ 초·중반의 직구를 던진다. 77⅓이닝 동안 70삼진을 잡아 구위에서 유희관을 앞선다는 것도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타자 중에 나성범이 가장 돋보인다. 그는 타율 0.273에 6홈런 39타점을 치고 있다. 신인왕 자격을 갖춘 타자 중 홈런과 타점 1위. 유희관과 이재학이 중고 신인왕 후보인 반면, 올해가 1군리그 첫 해인 새내기라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다. 성적을 좀 더 끌어올린다면 '1군 첫 해'라는 경쟁력이 표로 돌아올 여지는 커진다. 시즌 초반 이재학과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한 NC 이태양은 4승7패 평균자책점 5.37로 경쟁에서 한발 뒤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 요강에서 최우수 신인 선출 요건으로 당해 연도를 제외한 5년 이내 선수로 제한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입단한 선수 중 투수 30이닝 이내, 타자 60타석 이내로 뛴 선수만 인정한다.
이 기준에 따라 2007년 삼성에 입단한 도루 1위(28개) NC 김종호(29)가 신인왕 후보에서 빠지게 됐다. 넥센 문우람(21)은 6월 1군에 합류해 4할대 타율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지난해 60타석을 넘겨 신인왕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