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훈련을 마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이 나 홀로 전지 훈련을 떠난다.
정확히 말하면 이규혁은 스피드 대표팀으로부터 21일까지 ‘휴가’를 받았다. 이규혁은 휴가 동안 제주도에 머문다. 하루 7시간 한라산 등반 등 훈련 스케줄은 이미 완성됐다. 이규혁은 “휴가 가는 거다. 함께 가는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도 가질 계획”이라면서도 “개인 훈련 스케줄은 미리 짜 뒀다”며 웃었다.
스피드 대표팀은 지난주 강원도 화천에서 고강도 사이클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푹푹 찌는 날씨에 사이클을 타고 8km 오르막을 달린 사이클 훈련은 말 그래도 지옥 훈련이었다.
이규혁은 “사이클은 원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자주 하는 훈련이다. 쓰는 근육이 같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일반 사이클 훈련과 다른 점은 페달에 신발을 고정해 놓는 다는 거다. 보통 사이클 할 땐 밀기만 하는데, 신방을 고정해 두면 당기는 근육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달에 발이 고정돼 있으니 중간에 쉬고 싶어도 내릴 수가 없다. 오르막 경사가 45도는 돼 보였는데, 8km를 쉬지 않고 달렸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훈련에 빠질 걸’ 후회도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냈다”고 당시의 고통을 떠올렸다.
지옥 훈련 끝에 찾아온 꿀맛 같은 휴가지만, 이규혁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나는 나이가 있으니 동생들과는 다르다. 쉬다가 컨디션이 떨어지면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올림픽 시즌이다 보니 휴가를 가는 기분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이규혁이 택한 것이 한라산 등반. 그는 “한라산에 아직 올라본 적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더라”며 “하체 운동에 등반만 한 게 없다. 머리도 식히고, 몸도 마음도 다잡는 데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규혁은 오랜 시간 한국 빙상의 간판스타였다. 그가 이룬 세계스프린트선수권 4회 제패(2007·2008·2009·2011)는 누구도 깨기 힘든 기록이다. 그런 그도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부터 2010 밴쿠버올림픽까지 5번을 출전했지만 끝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보단 또 다른 도전을 택했다. 그에게 6번째 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소치 올림픽을 향해 이규혁은 지금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