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권정혁은 21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다. 2001년에 K리그에 데뷔한 권정혁은 데뷔 12년 만에 프로 통산 1호골을 기록했다. 이 골을 K리그 역대 최장거리 골(85m)로도 기록됐다. 종전 기록은 2005년 5월 인천 도화성의 65m 골이었다.
권정혁은 전반 39분 페널티박스 밖에서 제주 진영으로 넘어가는 인천 선수들을 보고 길게 공을 차줬다. 그 공은 그대로 제주 페널티박스 안으로 뻗어나갔다. 제주 골키퍼 박준혁이 앞으로 나와 공을 잡으려 준비했다. 그러나 공이 박준혁이 서 있는 위치보다 앞에 떨어진 후, 그대로 튀어 올랐다. 박준혁의 키를 넘긴 공은 그대로 제주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박준혁은 말도 안 되는 골에 망연자실해 멍하니 서 있었다.
K리그에서 골키퍼가 골을 넣은 것은 역대 6번째다. K리그 최고령 골키퍼 김병지(43·전남)가 앞서 세 번이나 골을 넣었다. 지난 1998년 울산 현대 소속으로 포항 스틸러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최초로 '골 넣는 골키퍼'가 됐다. 당시 1-1로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에 공격에 가담해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김병지는 2000년 10월 7일과 17일에는 페널티킥으로 두 번이나 더 골을 넣었다.
2000년에는 유행처럼 골키퍼가 골을 넣었다. 당시 5월 제주 이용발이 페널티킥으로, 7월에는 전북 현대 서동명이 골을 넣었다.
그러나 인천의 행운은 선제골에서 끝났다. 최근 2연패로 주춤한 제주는 홈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제주는 박준혁의 실책으로 어이없는 골을 허용했지만, 투지를 잃지 않았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페드로를 집어넣었다. 그래도 동점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17분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마라냥을 투입했다.
마라냥은 들어가자마자 그라운드를 휩쓸고 다녔다. 마라냥이 후반 21분 공을 잡고 인천 진영으로 들어가자 인천 수비수 최종환이 태클을 걸어 막았다. 하지만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주장 김남일이 항의했고, 김봉길 인천 감독도 그라운드 안까지 들어가 거세게 판정에 반박했다. 경기는 중지됐고, 김 감독은 결국 퇴장당했다. 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페드로가 후반 26분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차 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페드로는 시즌 14호골을 기록하며 굳건히 득점 부문 1위를 지켰다. 인천은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는 1-1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