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예년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9구단 체제의 출범을 상징하는 포항 다둥이 가족의 9남매 시구는 팬들에게 다가서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노력이 돋보였다. 2008년 퓨처스(2군) 올스타전 MVP였던 전준우(27·롯데)는 5년 만에 1군 올스타전 MVP도 거머쥐어 보는 이를 흐뭇하게 했다. 전날 열린 홈런 레이스에서 이승엽(37·삼성)은 아들 은혁(8)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스타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팬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선물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앞으로 10구단 시대를 맞이하고, 한 시즌 1000만 관중을 꿈꾸는 프로야구는 올스타전에서 더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미국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선 브라이스 하퍼(21·워싱턴)가 아버지 론 하퍼가 던져주는 공을 쳤다. 올스타전에 아버지를 모셔와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이 같은 광경을 볼 수 없을까.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우리도 메이저리그처럼 할 수 있다. 홈런 레이스에 자신이 원하는 배팅볼 투수를 데려오는 것이 가능하다"며 "초청 비용이나 유니폼 등은 KBO에서 해주겠다. 그런데 아직 그런 것을 요청하는 선수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홈런 레이스에 출전하는 선수가 자신을 프로 선수로 성장시킨 초·중·고 시절 지도자나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 배팅볼 투수로 함께 할 수 있다. 지금껏 배팅볼 투수는 함께 출전한 동료 선수나 구단 직원에게 부탁하곤 했다. 내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출장자는 좀더 감동적인 무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선 '리베라 모멘트'라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메이저리그 통산 세이브 1위(678개) 마리아노 리베라(44·뉴욕 양키스)가 마지막 올스타전 무대에 섰다. 8회말 수비 시작 때는 리베라가 홀로 그라운드에 먼저 나와 마운드 위에서 연습 투구를 하며 관중과 동료의 기립박수를 받는 감동 무대를 보여줬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내 올스타전에서 출장했다면 가장 보기좋았을 선수는 LG 류택현(42)이었다.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통산 최다 경기 출장(875경기)과 최다 홀드 신기록(118개)을 보유한 투수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불펜투수, 그것도 원 포인트 릴리프로 쌓아온 값진 기록이다. 류택현이 내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그가 올스타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는 것도 팬들과 한국 프로야구에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