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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시설서 주민 문화시설로…마사회 장외발매소의 변신
기피시설로 인식되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KRA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이하 지사)가 지역사회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주민 친화적인 문화 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개장 당시 극심한 주민시위와 반대로 진통을 겪었던 대구지사의 변신은 놀랍다. 한국마사회 김재산 전 대구지사장은 “처음 막연한 선입견과 불안감이 팽배하면서 지역 노인들이 굴삭기 앞에 드러누울 만큼 시위가 격렬했다”고 장외발매소가 들어서던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민심은 개장 11년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김 전 지사장은 “얼마전 대구지사가 지원한 체육시설 건립이 완공되던 날 주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면서 “대구지사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문화·교육 및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전 방위적인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해 KRA한국마사회 30개 지사의 지방세(총 매출액 기준 레저세 10%, 지방교육세 4%) 납부 실적은 총 7924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해 전국 지자체 지방세 징수액의 1.6%에 달하는 금액이다. KRA한국마사회 지사가 지자체 재원의 작은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780억원의 지방교육세는 급식비·교사 임금·학교 환경 개선비 등 매년 지방 교육 서비스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부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역사회에 환원한 지사의 기부금은 2012년 기준 총 39억원이다. 최근 도봉지사로부터 중증 장애인들의 이동 안전을 위한 다목적 승합차를 전달 받은 주바라기해피홈의 김경 시설장은 “한국마사회 지사는 다른 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독자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주민들의 한국마사회 지사에 대한 체감 호감도를 높이는 데는 무엇보다 각 지사에서 운영 중인 ‘문화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헬스, 영어, 골프 등 지역주민의 문화·교육에 대한 수요 특성을 반영한 전국 1만5000여개의 문화센터 프로그램에는 작년 한해에만 80만 명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했다.
중랑지사에서 통기타 강좌를 수강 중인 이아미씨(54세)는 “다른 곳에서는 보통 한 달에 14여만 원을 내야하지만, 이곳에서는 무료로 전문 강사분이 세심하게 가르쳐 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면서 “이전에는 도박시설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자주 찾지 않았는데, 막상 와보니 시설도 좋고 깨끗해 지역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고무적이다. 각 지사에서는 지역주민들을 발매·주차·진행직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채용하여 약 6000여명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광주지사에서 2009년부터 실버 주차도우미로 일해 온 이광배씨는 “광주지사 인근지역은 원래 도심공동화로 기초생활수급자인 독거노인들이 많았다”면서 “광주지사에서 이들을 주정차 계도, 방범 등을 맡는 실버 도우미로 대거 채용하면서 동네 분위기 자체가 한결 밝아졌다”고 전했다.
한국마사회 조문행 사업본부장은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지사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주민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결국, 지사는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운영하는 가에 달려있다. 지속적인 주민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사의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최소화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공생발전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