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 사사키 노리오(55)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소연(22·아이낙 고베)에 대해 내린 평가다. 사사키 감독은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1-2로 패한 후 “지소연은 발이 빠르고 개인기도 좋다. 환성적인 선수”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한국 여자축구(FIFA랭킹 16위)가 2011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팀 일본(3위)을 꺾었다. 그 중심엔 지소연이 있었다. 지소연은 ‘일본 킬러’ 답게 2골을 몰아쳤다. 일본 골키퍼 가이호리 아유미는 지소연의 소속팀인 아이낙 고베 동료다.
전반 13분 나온 지소연의 프리킥 골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아크 오른쪽에서 반칙을 얻어낸 지소연은 직접 키커로 나섰다. 오른발로 가볍게 감아 찬 공은 수비 벽을 교묘하게 피해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지소연은 “머리 속에서 그린 그대로 골이 들어갔다”고 했다. 지소연은 골을 넣은 뒤 박지성의 '사이타마 산책 세리머니'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두 번째 골은 지소연의 기지가 빛났다. 후반 21분, 권하늘(부산 상무)이 오른쪽 골라인에서 골문 앞 전가을(현대제철)을 보고 올린 크로스가 왼쪽으로 조금 더 흘렀다. 전가을이 수비에 묶여있는 사이 지소연이 재치있게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한 번 트래핑 한 뒤 지체 없이 오른바로 슈팅을 때렸다.
경기 후 지소연에게 일본 취재진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일본 기자들은 “한국이 일본에 이긴게 얼마만이냐", "일본 사이드백에 주전이 몇 빠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지소연은 유창한 일본어로 “우리 팀 역시 주전이 아직 다 정해지지 않는 상황이니 마찬가지다.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지소연은 일본 여자 실업 축구 나데시코 리그 3년차다. 지소연은 “일본 선수들이 한국을 얕잡아 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 특히 홈에서 이겨 더욱 기쁘다”고 했다. “일본전에서 2골이나 넣어서 소속팀에 돌아가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이겼으니 다 괜찮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며 웃었다.
지소연은 팀의 에이스로서 앞선 두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한국의 2패를 막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24일 중국전이 끝난 뒤엔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세계 최강 일본을 상대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 여자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지소연은 “국민들이 끝까지 성원을 해줘 일본을 꺾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여자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