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대세' 하정우(35)가 신작 '더 테러 라이브'(7월 31일 개봉, 김병우 감독)를 들고 나왔다. 우연히 테러범의 전화를 받은 방송사 앵커가 특종 욕심에 이 내용을 생중계하려다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전체 신 중 80% 이상이 방송부스에서 촬영됐고 출연진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오롯히 앵커 역의 하정우 혼자 영화를 끌고간다. 모노극에 가까운 형식이다. 제작비도 35억원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450억원대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봉준호)와 같은날 개봉해 정면승부를 벌이게 됐다.
일단 평단의 반응은 호평일색. '설국열차'와도 충분히 맞붙어볼만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97분이란 타이트한 러닝타임 안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전개와 하정우의 '원맨쇼'가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 작품 외에도 하정우의 행보는 쉴틈이 없다. 한창 '군도:민란의 시대'를 찍고 있고, 촬영을 끝낸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개봉도 준비중이다. 주연으로 캐스팅된 '앙드레 김'의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중이다. 내년 촬영이 시작되는 '허삼관 매혈기'에 감독 겸 주연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년치 스케줄이 이미 꽉 짜인 셈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다.
"기대 이상의 호평이 나와 기분이 좋다. 들떠서 김병우 감독과 사흘 내내 술을 마셨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시사회 뒷풀이에서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를 만났다. 이대표께서 '조만간 따로 연락하겠다'며 택시타고 가라고 5만원을 쥐어주셨다. 어른이 주시는거라 일단 받았는데, 주변에서 '실수했다'며 '지금 계약금 받은 것'이라고 놀리더라.(웃음) 진짜로 '베를린'을 마치자마자 바로 이대표께서 연락을 해오셨다. 좀 쉬고 싶을 때였기 때문에 출연제의를 거절하려 했다. 그러다 수차례 '시나리오만 한번 봐달라'는 말을 듣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결국 출연까지 하게 됐다. 시나리오 내용이 범상치않았고 김병우 감독도 솔직하고 대찬 면이 있어 좋았다."
-주인공 1인에 기대는 모노극이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신인감독인데다 설정도 독특해 위험부담도 컸다. 반면에 이런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내면 한층 더 성숙할거란 판단이 섰다. 일단, 두려움 때문에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싶진 않았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거친 길을 걸으며 넘어지기도 해봐야 겸허한 40대를 맞이할수 있지 않을까. 초기작들이 줄줄이 외면받았던 기억이 있어 흥행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이미 단련이 돼 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맞대결이다.
"2009년 내가 출연한 한일 합작영화 '보트'가 마침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같은 시기에 개봉해 참패했다.(웃음) 워낙 저예산이었던데다 별로 관심도 받지 못했다. 아이러니한게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쓰인 '더 테러 라이브'와 거대예산이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경쟁하게 됐다. 재미있는 일이다."
-쉴새없이 활동한다. 힘들지 않나.
"1주일에 이틀 정도는 쉬면서 일한다. 그러다보니 물리적으로 힘들진 않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긴 한다. 갈수록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도 커진다. 큰 관심을 받다보니 불편한 면도 많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감당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수년간 작품을 내놓지 않는 배우들이 많은데 끊임없이 활동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동력이 뭔가.
"1년에 두 세편 정도는 해줘야 지루할 틈이 없다.(웃음) 무엇보다 영화 작업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일'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재미있어서 하는거다. 영화작업을 힘들어하지 않고 즐길줄 안다는게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재능이고 또 열심히 일할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를 개봉하기도 전에 신작 '허삼관 매혈기'의 연출과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연출이 연기보다 100배는 더 힘들더라. 일단 내가 작업하는 영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감각이 둔해진다. 그럼에도 '허삼관 매혈기'의 연출·주연을 겸하게 된건 그 작품의 원작 자체가 아주 탄탄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기댈 언덕이 있어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현재 촬영이 진행중인 '군도' 때문에 삭발까지 했다. 오래되진 않았는데 바뀐 헤어스타일에 적응이 됐나.
"촬영장에선 머리털을 1mm도 남기지 않고 면도를 한다. 벽에 기대면 머리 살갗이 벽지에 쩍 달라붙어버린다. 촉감이 안 좋다.(웃음) 그래도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삭발을 한 채로 살았기 때문에 어색한 느낌은 없다. 또 원래 '머릿발'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라 신경도 안 쓰인다. 다만, 광고 등 '군도' 외 다른 일을 할때 이미지 때문에 가발을 써야하는게 불편하다."
-할리우드로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도전해보고 싶다. 이미 할리우드 측과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상태다. 어떤 식으로 구체화시킬지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