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의 홈인 리글리 필드를 찾은 류현진은 “박찬호 선배가 메이저리그 첫 승과 시즌 10승을 거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3일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사진=박춘호 시카고 중앙일보 기자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10승을 거둔 류현진(26·LA 다저스)이 시카고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류현진은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서 5⅓이닝 2실점으로 시즌 10승(3패·평균자책점 3.15)째를 거뒀다. 다저스 타선이 일찌감치 터져 6-2로 이겼다. 많은 안타를 맞았지만 류현진의 표정은 밝았다. 큰 위기 없이 10승까지 달려온 자부심이 묻어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시카고의 한 고깃집을 찾았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나타난 류현진을 본 식당 사장이 "10승 거둔 걸 너무 축하한다"며 반갑게 맞았다. 류현진은 "어제 고기를 잘 먹어서 힘을 냈습니다"라고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류현진의 통역을 맡고 있는 마틴 김 등과 치른 조촐한 10승 축하파티였다.
-전반기엔 다저스의 '소년가장'이었는데 이제 가세가 넉넉해진 것 같다.
"아유, 그런 말을 클레이튼 커쇼가 들으면 큰일난다. 동료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류현진은 전반기 때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한화의 소년가장'으로 불렸던 국내 시절과 비슷했다. 이젠 다르다. 류현진은 폭발적인 타선 덕분에 후반기 3연승이다. 더 불운했던 커쇼도 10승(6패 평균자책점 1.87)을 올렸다.
-아직 팀의 50경기 이상 남았는데 벌써 10승을 거뒀다.
"시즌 목표가 10승이었다. 이제 다음 승리, 11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야구는 참 성공적이다. 야구 외 생활은 어떤가.
"(단호하게) 없다. 미국은 참 할 것이 없다. 지난 원정이 뉴욕이었는데 타임스퀘어도 가지 않았다."
옆에 있던 마틴 김은 "뉴욕에서 가볼 만 한 곳을 소개했는데 현진이가 숙소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더라"고 아쉬워했다.
-LA에서는 어떤가. 부모도 오셨다는데.
"밖에 잘 나가지 않으려 한다. 부모님도 슈퍼마켓 갈 때나 문밖 출입을 하신다. 마틴 형이 있어야 가끔 나가는 정도다.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때 한 교민이 "며칠 후 한국에 가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해야 겠다"며 류현진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류현진은 "한국 가세요? 아, 부럽다"며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걸 즐기는 류현진에게 미국 야구가 재밌을지 몰라도 미국 생활은 무료한 것 같았다.
-홈 경기 때는 아주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원정경기 때는 힘든 것 같다.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원정경기 때 찍힌 사진을 보면 지친 표정이 많다. 미국 내 시차 2~3시간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근데 야간경기 끝나고 새벽 2시에 자다가 다음날 시차가 바뀌면 4~5시에 자는 셈이다. 이거 장난 아니다."
-좋아하는 햄버거는 요새 얼마나 먹나.
"헤헤. 거의 안 먹는다. 거의 한식만 먹는다."
옆에서 마틴 김이 "현진이가 요새 살 빠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거들었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류현진은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호텔 앞에는 꽤 많은 미국인들이 다저스 선수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류현진을 그들은 한눈에 알아보고 "류, 다음에도 멋진 경기 해줘요"라고 소리쳤다. '코리안 몬스터'는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시카고=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사진제공=박춘호 시카고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