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스트라이커' 김동섭(24·성남 일화)과 '2선 공격수' 윤일록(21·FC 서울).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스위칭' 공격 전술의 핵심 인물이다. 이들은 14일 열리는 페루와 평가전에서 또 한 번 브라질행 시험대에 오른다.
홍 감독은 6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페루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 스트라이커가 2선 공격수와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박주영(28·아스널)과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이 했던 모습이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홍명보호 2기' 멤버들 중에서는 김동섭과 윤일록이 스위칭 전술의 중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섭은 지난 7월 열린 동아시안컵 호주·일본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경쟁자 김신욱(25·울산 현대)과 서동현(28·제주 유나이티드)에 비해 전술 이해도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좌우 측면 또는 미드필드까지 내려오며 2선 공격수를 돕는 이타적인 역할을 했다. 동아시안컵에 나선 스트라이커 3명 중 유일하게 페루전에 다시 뽑힌 이유다. 홍 감독은 "김동섭이 동아시안컵을 통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은 과제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의 역할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대표팀에서와 달리 성남에서 김동섭은 포스트 플레이에 전념한다. 안익수 성남 감독은 "팀 사정상 동섭이에게 최전방에서 버텨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아직은 대표팀과 소속팀의 역할 차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적응력이 좋은 선수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동섭은 "더 이상 '대표팀은 공격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페루전에서 무조건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동섭이 상대 수비수를 끌고다니며 생긴 빈 공간을 파고드는 역할은 윤일록이 맡는다. 동아시안컵에서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뛰어다녀 홍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일본전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이승기(25·전북 현대)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라 A매치 데뷔골도 터뜨렸다. 홍 감독의 스위칭(선수 간 위치 교환) 전술과 부합하는 움직임이었다.
윤일록은 소속팀 서울에서도 몰리나(33)·데얀(32)·에스쿠데로(25)와 적극적으로 스위칭하며 공격을 주도한다. 대표팀에 첫 발탁되자마자 홍 감독의 전술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최용수(42) 서울 감독은 "윤일록은 서울에서 '2선 침투조'로 활약 중이다. 대표팀에서의 역할과도 비슷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