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 시절 특유의 담담한 화법을 갖고 있기로 소문났다. '~ 때문에 ~라고 생각합니다'는 화법을 자주 활용한 박지성(32)도 홍명보를 보고 배웠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도자가 된 뒤, 좀 더 세련되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화법으로 자신의 철학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홍 감독 특유의 '화법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칭찬과 격려는 먼저
홍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특정 인물을 언급할 때 늘 칭찬, 격려를 빼놓지 않는다. 6일 페루와 평가전에 나설 20명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때도 홍 감독은 "페루전에 선발되지 않은 선수 중에 검증된 선수도 있다. 앞으로 그 선수들이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이면 언제든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 실망할 이유가 없다"며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감쌌다. 특히, 명단에서 빠진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에 대해 "충분히 능력이 검증되고 실력있는 선수"라고 먼저 언급한 뒤 선수에 대한 평가를 했다.
연이은 골 기근과 무승에 그쳤던 동아시안컵 때도 홍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우리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며 격려를 보냈다. 선수의 장점을 먼저 언급한 뒤에 평가를 하며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효과를 줬다.
메시지는 분명하게
대신 홍 감독은 자신이 할 말을 분명하게 한다. 특유의 정제되면서도 냉철한 화법으로 선수들을 자극시킨다.
대표팀 감독 부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슬로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은 홍명보팀이 추구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향해 "축구협회의 엄중 경고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축구에서 옐로 카드가 어떤 의미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며 진심어린 변화를 촉구했다.
페루전 명단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홍 감독은 "원톱을 중시하되 2선 공격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직접 밝혔다. 스트라이커의 골 결정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활동량과 연계 플레이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홍명보팀에 공격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홍심(心)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선수들에 좋은 자극제
공식 석상뿐 아니라 평소 생활, 훈련 때도 홍 감독의 화법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게 하면서 경기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명보팀 1기 당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한 선수는 "홍 감독님은 선수들의 정신을 다 잡게 하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끌어내시는 말씀을 많이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목표 의식도 다지고,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효과를 얻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