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데뷔전의 사나이'다. 손흥민(21)이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처음 소화한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팀 승리를 이끌었다. 레버쿠젠 이적 후 지난달 14일 첫 친선경기에서 골을 신고했고, 지난 3일 첫 공식경기에서도 데뷔골을 넣은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데뷔전까지 득점을 쉬지 않았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득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1라운드에서 후반 1분 프라이부르크 골문을 뚫었다. 동료 시드니 샘(25)과 동시에 문전 침투를 감행한 손흥민은 샘이 밀어준 땅볼 패스를 빈 골문에 가볍게 차 넣었다. 결승골이었다. 레버쿠젠은 전반 22분 슈테판 키슬링(29)의 선제골 뒤 전반 40분 마이크 한케(30)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들어 손흥민과 후반 7분 샘의 연속골이 터져 3-1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 25분 지몬 롤페스(31)과 교체되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손흥민의 시즌 1호골은 그가 왜 레버쿠젠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보여줬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 템포를 죽이지 않는 속도다. 레버쿠젠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랐다. 팀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손흥민의 장점이 더 도드라졌다"며 손흥민이 적응기 없이 팀에 녹아든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의 초반 기세는 지난 시즌 에이스였던 안드레 쉬를레(23·첼시)보다 낫다. 지난 2시즌 동안 레버쿠젠에서 활약한 쉬를레는 득점포에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슬로 스타터'였다. 2011-2012시즌에는 9라운드, 2012-2013시즌에는 5라운드가 돼서야 비로소 시즌 첫 골을 넣었다. 2012-2013시즌에는 쉬를레가 침묵하는 동안 레버쿠젠도 1승1무2패에 그치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히피아 감독이 '쉬를레 사용법'을 깨달은 건 시즌 중반 즈음이었다. 반면 손흥민은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가동해 팀에 승리를 안겼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샘과 손흥민을 묶어 '삼손(Samson·구약 성서에 나오는 괴력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에 주목했다.
어느 때보다 순조롭게 시즌을 시작한 손흥민은 개인 최고 기록인 시즌 12골 돌파 가능성도 높였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프로에 데뷔(당시 함부르크)해 3골을 넣은 뒤 2011-2012시즌 5골, 2012-2013시즌 12골로 점차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이적 당시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