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외모와 건강 ②아픈 말 신호 ③월맹 ④월요병 ⑤이소성치성낭포 ⑥산통 ⑦진드기 감염증 ⑧슬개골 상방고정 ⑨계파 ⑩제3비골건 파열 ⑪악취3종세트 ⑫비만과 건강
산통(疝痛, 배앓이)이란 말의 뱃속 장기에서 생긴 질병이나 문제로 인해 겉으로 보이는 통증을 포괄하여 이르는 말로, 원인은 넓은 말의 배만큼이나 다양하다. 산통을 유발하는 말의 복강 내 장기의 대부분은 사료의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가 대부분이나 때로는 신장과 비장, 난소, 정소 등의 비뇨생식기 장기나 복막, 횡격막, 복벽 등 장기를 둘러싼 조직의 문제도 산통을 유발시킬 수 있다.
말의 소화관은 아주 길고 그 부피도 어림잡아 어지간한 냉장고 한 대 용량이 되는데, 입과 인두부를 거쳐 길이 약 1.5미터의 식도, 20리터 정도의 위, 길이 22미터 정도의 소장(십이지장 1미터, 공장 20미터, 회장 1.5미터)이 있으며, 커다란 고깔 모양으로 용량 30리터 정도의 맹장, 길이 5미터 용량 100리터 정도의 대결장, 길이 3미터 정도의 소결장을 거쳐 길이 약 50센티미터 정도의 직장으로 이어져 있다.
대표적인 산통으로는 위식체, 소장감돈, 소장교액, 회맹중첩, 대결장변위 또는 염전, 대결장폐색, 맹장고창, 대결장결석 등 다양하고,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특이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비슷하다. 즉 사료의 섭취를 거부하거나 식욕의 감소, 통증 표시(발긁기, 뒹굴기, 신음, 땀흘림, 심박 및 호흡수 증가 등), 불안, 침울 등의 증상을보인다. 통계적으로 전체 산통의 약 80퍼센트 정도는 약물치료와 휴식, 식이조절 등으로 해소될 수 있지만 20퍼센트 정도의 산통은 약물치료로 해결할 수 없고 지체할 경우 상태 악화 및 합병증으로 인해 폐사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산통을 치료하기 위해 말을 수술하려면 전문적인 시설과 설비는 물론, 수술을 담당하는 수의사의 많은 경험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정작 산통을 치료하기 위해 말의 배를 열고 장기들을 더듬고, 옮기고, 원인을 해소하는 과정은 수술이라기보다는 노동에 가깝다. 마취된 말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술실의 실내온도를 상온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수술복과 방수패드를 걸치고 그 위에 수술용 가운을 입고, 어깨까지 닿는 멸균비닐장갑과 수술장갑을 겹으로 낀 상태에서 말의 배 속으로 두 팔을 넣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변이 가득한 무거운 대결장을 옮기다 보면 짧으면 약 1시간, 길면 약 4시간 이상의 수술이 진행된다. 말 수술이 노동에 가깝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그나마 말을 수술하는 필자와 같은 수의사들은 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들보다는 형편이 낫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수술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마 전신에 수술용 옷과 장갑은 물론 수술용 장화를 신고 수술용 삽을 들고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의 개복수술은 몸무게 500킬로그램 내외의 전신마취된 말을 크레인으로들어 수술대 위로 옮겨 똑바로 눕힌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때 앞다리와 뒷다리는 자연스럽게 구부려 놓고 수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산통치료를 위해 개복 수술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경험 법칙이기는 하겠지만, “배를 여는순간 가장 먼저 인사하러 나오는 장기가 바로 산통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라는 말이 대개 맞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소장이 꼬였거나 졸려서 생긴 경우라면 가스가 채워진 여러 개의 소장 루프(소장에 가스가 채워져 여러 겹의고무풍선이나 소시지처럼 고리로 보임)들이 먼저 비집고 올라오고, 맹장이 막혀 가스가 채워진 경우라면 맹장이 고무풍선처럼 먼저 나오며, 대결장의 변위나 폐색이 생겼다면 뱃속에 대결장이 가득 보이는 식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개 그렇다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다른 장기들을 모두 탐색하고 소소한 문제점들을 해소해야만 비로소 정체를 드러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