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를 통해 '상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장혁(37)이 재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장혁의 신작은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감기'다. '비트' '무사' 등으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젊은 영화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혁과 함께 작업한 '영어완전정복'이후 10년만에 내놓은 영화다. 살인적인 바이러스로 마비된 도시와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격대 조교를 능가할 정도로 '각' 잡힌 레펠실력과 각종 무술실력을 자랑하는 장혁이 구조대원 강지구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수애가 공동주연을 맡았고, 마동석·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흥미를 자아낸다.
-김성수 감독이 주문한건 어떤 연기였나.
"재난 속에 들어가 실제로 느끼는 점들을 반영하며 자연스럽게 인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감독님이 직접 캐릭터를 잡아주기보다 온전히 배우에게 맡겨놨다. 그러다보니 혼돈스러울때도 있었다. 원래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잘 안 내고 그저 지켜보는 식으로 찍는데, 간혹 나를 불러 '이번 연기는 장혁같지 않았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강지구 같지 않다'면 몰라도 '장혁처럼 보이지 않는다'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미 시퀀스가 바뀌었는데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강지구 캐릭터의 틀을 그대로 복사해 같은 연기를 하고 있더라. 이만큼 고민을 많이 하며 찍은 것도 처음이다. 인형극을 예로 들면,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아닌 인형 그 자체가 되려했던 작업이었다."
-수애·마동석 등 출연진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주 좋았다. 촬영이 주로 지방에서 이뤄져 숙소생활을 했는데 항상 촬영이 끝나면 숙소 주변의 편의점에 자연스레 모여 캔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수애도 편하게 어울리곤 했다."
-액션연기에 익숙해 특별히 힘든건 없었을것 같다.
"맞다. 체력 하나는 좋으니까.(웃음) 체력과 별도로 외부에서 홍보용 영상을 찍다가 말에서 떨어져 오른팔을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오른팔 어깨쪽 뼈가 부러져 자칫 잘못하면 수술까지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순간적으로 ''감기' 촬영은 어떻하나'라는 걱정이 먼저 들더라. 다행히 수술까지 가진 않았지만 '감기' 촬영과 재활치료를 병행해야만 했다. 감독님을 포함해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께 죄송했다."
-구조대원 연기를 하기 위해 많은걸 배웠다고 들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액션연기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3,4개월 훈련받는 것으로 제대로 된 모양새가 나오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액션을 보여줘야하지만 그만큼 중요한게 내가 연기해야할 직업군의 사람들을 이해하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대원 훈련을 받은 것보다 대원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눴던게 연기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됐다."
-현실속에서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본적은 있나.
"홍보영상 촬영중 낙마했을때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실려나갔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그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중 한 분이 농담처럼 '고맙다고 하면서 실제로 찾아오시는 분들은 없더라'는 넋두리를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발했다.(웃음)"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을 자청한 이유는 뭔가.
"활력을 받고 싶었다고 할까. 서른을 시작할때 군대에 있었다. 좋지 않은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입대했다. 당시에는 29살까지 걸어온 족적이 다 지워져버린것 같다는 기분에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다 군생활에 적응을 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다시 발자국을 남기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촬영장으로 돌아와 연기를 하고 있더라.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며 열정을 태우던 그 때를 잊을수 없다. 곧 마흔이 되는 시점에서 또 한번 공중에 붕 뜬 것같은 기분에 휩싸였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게 '진짜 사나이'였다. 다시 그 안에 들어가게 되면 과거의 열정을 되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의 촬영과정이 쉽진 않을텐데.
"힘들긴 하다. 그래도 내 예상대로 '진짜 사나이'를 통해 '힐링'이 되고 있다. 은근히 우리 아이가 자라서 아버지가 군대에 가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만큼 '진짜 사나이'에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뭐든 다 해내고 싶었다."
-아무리 계급이 먼저라지만 촬영중 한참 어린 군인들에게 반말을 듣는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않나.
"이미 군생활을 하면서 다 겪었던 일이라 익숙하다. 입대했을때 워낙 나이가 많아 어지간한 고참들은 전부 나보다 어렸다. 중대장마저 나보다 세 살이 어렸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