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외모와 건강 ②아픈 말 신호 ③월맹 ④월요병 ⑤이소성치성낭포 ⑥산통 ⑦진드기 감염증 ⑧슬개골 상방고정 ⑨계파 ⑩제3비골건 파열 ⑪악취3종세트 ⑫비만과 건강
진드기 감염증
매년 봄이면 목장은 교배 시즌이 시작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초지에도 풀이 자라나면서 말은 물론이고 풀밭에 사는 벌레들도 신바람을 낸다. 육성마 경매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경마장은 새로 들어오는 2세마들로 활기가 넘친다. 육성마 경매는 주로 봄, 가을에 열리는데, 제주목장이나 장수목장과 같은 공동훈련 시설을 거쳐 입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목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말들도 적지 않다. 새로 들어온 말은 관리 위탁을 담당하는 조교사와 관리사들의 손을 거쳐 경주마로 재훈련되는데, 간혹 말이 너무 예민해서 관리가 어렵다거나, 머리 쪽에 손을 가져가려면 말이 고개를 쳐들거나 뒤로 빼면서 저항해 관리사들이 애를 먹는다고 이상 여부를 검사해달라고 데려오기도 한다.
언뜻 보면 말의 성격 장애나 환경 적응 장애의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목장에서 살다가 왔다는 그 말의 이력을 살펴보면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뇌나 신경계, 혹은 운동기계의 이상 여부를 여러 검사를 통해 확인해도 딱히 문제를 찾지 못할 경우, 혹시나 하고 귓속에 내시경을 넣어보면 십중팔구 진드기 가족이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진드기 입장에서 보면 말의 몸 가운데 말의 귓속만큼 안전하고 안락한 장소는 없다. 원하는 때에 생활과 번식에 필요한 자양분을 빨아 먹을 수 있음은 물론, 비바람도 피할 수 있으며, 관리자의 솔질에 의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의 입장에서 보면 귓속의 진드기는 정말 골치 아픈 존재다. 꼬리로 털거나 머리를 흔들어 떼어내지도 못하고, 불편하다고 하소연해도 주인이나 관리자가 이를 알아채어 진드기를 없애주지도 않는다.
그러한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이 굴레를 씌우기 위해 머리에 손을 대거나 귀를 잡으려고 하니 당연히 예민해지고 반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말에게는 내시경으로 귓속을 들여다보면서 족집게로 진드기를 정확히 잡아내고 귓속을 청소하는 것도 모자라 소독까지 해주는 수의사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일까? 반면 진드기에게 그 수의사는 얼마나 얄미운 존재일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수의사에게 이 작업은 예민해진 말을 진정시켜가며 내시경 모니터를 통해 와이어 집게로 작은 진드기를 정조준해서 잡아내야 하는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약간의 중독성이 생길 정도로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