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고와 북일고가 제4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 패권을 놓고 다툰다.
공주고는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광주일고와의 준결승전에서 6-3으로 이겼다. 1977년 제11회 대회 우승팀인 공주고는 36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대통령배를 노리게 됐다. 당시 공주고 재학 중이던 김경문(55) NC 감독은 부산고와의 결승전에서 맹활약하며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이날 관중석은 뜨거운 응원 열기로 넘쳐났다. 공주고 재학생 1·2학년 700여 명은 관광버스 19대를 나눠타고 서울로 올라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고, 공주고 총동문회 선배들도 잠실구장을 찾아 후배들을 응원했다. 선배들 속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0·은퇴)도 있었다.
1992년 공주고를 졸업한 그는 모교 야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오중석(40) 감독과 공주 중동초 동기로 한양대까지 함께 야구를 한 인연도 있다. 지난 겨울에도 공주고를 찾아 후배들을 지도한 박찬호는 이날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평소에 뛰었던 그라운드보다 훨씬 큰 잠실구장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치르는 경기에 부담감을 느낄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박찬호는 "'이겨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타석에 섰을 때, 마운드에 올랐을 때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준비를 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밝혔다. 선배들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베풀고 싶은 마음에서다. 박찬호는 "내가 아마추어 때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님도 학교를 찾아 고기도 사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어릴 때 동대문야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동문 선배들이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고 와 응원을 해주시던 생각이 많이 난다. 이제 나도 선배가 되었으니 이전에 배웠던 것처럼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선배의 응원을 받은 공주고는 꼭 필요할 때 한 점씩을 뽑아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공주고는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7회말 오세일(18)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며 기회를 잡은 뒤 1사 1루에서 조병건(17)이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뽑아내 1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타석에 선 구자창은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 스코어를 5-3으로 벌렸다. 공주고는 8회말 1사 2루에서 오세일이 2루타를 터트리며 한 점을 더 보태 6-3으로 승기를 굳혔다. 이날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조병건은 "감독님의 지시대로 최대한 팀을 위해 뛰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박찬호 선배님의 조언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뛰었다"고 말했다.
북일고는 울산공고를 6-5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북일고는 4-5로 뒤진 7회초 1사 만루에서 맹주성이 상대 두 번째 투수 김찬으로부터 몸에 맞은 볼로 출루하며 밀어내기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윤성훈 울산공고 감독은 심판에게 "몸에 맞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3루수 김명훈만 남겨둔 채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모두 철수시켜 10여 분간 경기가 지연됐다. 뜨거운 승부는 8회말에 갈렸다. 5-5로 맞선 8회 1사 후 북일고 이도윤이 우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박정현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뽑았다. 공주고와 북일고의 결승전은 26일 오후 6시 서울 목동구장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