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 간판이 사라진다. 성남은 다음 시즌부터 안산시를 연고로 한 시민 프로축구단 '안산 FC(가칭)'로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청 체육진흥계 관계자는 22일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안산시는 시민 프로축구단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남 일화 축구단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어 그대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택 새누리당 안산시의원도 "현재 일화 축구단 인수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메인 스폰서가 결정되면 MOU(업무협약) 체결, 의회 동의 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성남이 안산 FC로 새출발하는 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만간 성남의 모기업 통일그룹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고 안산시가 주체가 되는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프로축구 사상 처음이다.
성남은 K리그 최다 우승(7회) 기록 보유 팀이지만, 최근 재정난이 심각하다. 통일그룹은 지난해 9월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별세한 이후 스포츠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뗐다. 충남 일화 여자 축구단을 해체했고, 피스컵 축구대회를 개최했던 선문평화축구재단도 정리했다. 통일그룹은 축구단에 재정 자립을 요구하며 지원을 대폭 줄였다. 축구단은 '시민구단 전환'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성남시가 지난 3월 시민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인수를 논의했지만 지지부진했고, 지난 6월부터는 안산시와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안산은 프로축구단 유치에 최적의 조건이다. 안산의 와~스타디움은 2006년에 1000여억원을 들여 완공됐고, 천연잔디를 갖추고 있다. 관중석은 3만5000석에 달한다. 과거 실업팀 할렐루야축구단이 이 스타디움을 사용했다. 그러나 할렐루야는 지난해 고양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올 시즌부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하면서 안산을 떠났다.
김정택 시의원은 "1만 명이 넘는 안산 시민이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찬성한다고 서명했다. 프로축구단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상당하다"고 했다. 안산시는 그동안 상무, 경찰축구단 등을 유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러자 안산시는 아예 성남을 인수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진출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안산시는 성남 축구단을 인수할 경우 감독 및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모두 고용승계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안산시 초·중·고 축구팀과 연계해 유소년도 키워가면서 안산 FC를 명문 구단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재정 문제다. 몇몇 기업이 관심을 나타냈지만, 물밑 접촉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안산시의 한 관계자는 "프로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연간 100억원 안팎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매년 20억원 이상 후원할 수 있는 메인 스폰서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