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만 줄잡아 100여팀이 데뷔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K-POP 절정기를 보내면서 자리를 잡은 선배들은, 신인들이 넘어서기 힘든 벽이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완성도 높은 신인들이 등장해도, 살아남는 것은 '소수'인 것이 요즘 가요계 현실이다.
하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인 여성 솔로 가수 앤씨아(17·본명 임소은)는 그 '소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신인이다.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벌써부터 '대박'의 기운이 느껴진다.
17살 소녀라고는 믿기 힘든 허스키한 매력의 보이스. 그와는 정반대의 귀엽고 앳된 외모.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직한 멘탈 등이 모여 앤씨아의 성공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직접 발굴해 트레이닝시키고, 데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소속사의 신뢰도 소녀의 앞날을 환히 비춘다.
앤씨아라는 이름은 '뉴 크레이티브 아티스트'의 이니셜을 따왔다. 앤씨아가 모두의 바람대로 K-POP의 동력에 창의력을 더하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같은 소속사의 유리상자 박승화가 작곡한 상큼 발랄한 곡 '교생쌤'으로 데뷔한 앤씨아를 만났다.
▶음악하고 싶어, 부모님과 하루에 한 번씩 싸워
-알고 보면 시골처녀라고.
"분당에 잠깐 살다가 오산으로 내려갔다.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인데 10년 넘게 살았다. 시골처녀 맞다. 하하. 데뷔를 앞두고 서울로 혼자 이사와서 심심하다."
-음악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
"사실 취미로만 좋아했다. 직업이 될꺼라는 생각은 못한 것 같다. 부모님도 내가 공부를 하길 원했다. 근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갑자기 바뀌었다. 음악이 너무 끌리는 거다. 다비치·FT아일랜드 선배님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 때도 아이돌 음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음악을 하기 위해 뭘 제일 먼저 했나.
"부모님 몰래, 집에서 홈 레코딩을 했다. 녹음 프로그램이랑 마이크 등 싼 장비를 구입해서 녹음했다.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녹음을 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니, 완곡을 듣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드라마나 노래 가사를 응용해서 작사도 시작했다. 엄청 공들여 쓴 가사가 있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던데.
"음악하고 싶다는 얘길 못했다. 근데 한림연예예술학교로 진학하고 싶어서 말을 꺼냈더니, 당연히 안된다고 하셨다. 부모님과 엄청 싸웠다. 하루에 한 번씩은 그랬던 것 같다. 결국 엄마는 포기했고, 아빠는 예고에 붙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예고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아빠는 그 이후로도 반년 정도는 반대를 했던 것 같다."
-예고에 시험 보러 가는날 엄청 떨렸겠다.
"오산에 오래 살아서, 서울 지리를 몰랐다. 다행히 큰 고모가 서울에 계셔서, 할머니와 시험 하루 전날 올라갔다. 시험이 오전 8시까지인데 학교엔 6시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더라. 실기에서 다비치의 '두 번 헤어지는 일'을 불렀는데, 잘 본거 같았다."
-지금의 소속사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중학교 3학년때 음악 학원을 다녔다. 원장님이 내가 노래하는 동영상을 찍어서 지금 회사 대표님에게 보여줬다. 겨울에 소속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대표님이 매니저 언니에게 내 연락처를 던져주고는 꼭 잡으라고 했다고 하더라."
-소속사에서 러브콜이 왔을 때 처음엔 튕겼다고 들었다.
"회사가 싫어서는 아니었다. 예고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뭔가 학교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
-데뷔한다는 이야기에 친구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앤씨아란 이야길 듣더니, 처음에는 게임 회사 이름 같다고 놀렸다. 회사에서 이름을 가지고 회의를 많이 했다. 이소은 선배님이 계셔서, 내 이름은 못쓰겠구나 했는데, 결국 대표님의 의견으로 앤씨아가 결정됐다."
-제 2의 아이유란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싫지는 않지만, 계속 그렇게 불리는건 싫다. 2인자의 느낌이니까."
-시크한 이미지가 있다.
"혈액형은 오형인데, 원래 말을 좀 길게 안하는 편이다. 이게 잘못되면 까칠해 보일수도 있더라. 친구들도 '은소 시크해'라고 자주 이야기 한다. ‘말 좀 예쁘게 해봐’라고 충고하는 친구들도 있다."
-데뷔 전 운동을 많이 했다고.
"5㎏ 정도 뺐다. 헬스를 다니면서 웨이트와 유산소 운동을 엄청 했다. 식이요법도 했는데 아침에는 우유 마시고, 점심은 샐러드, 저녁에도 샌드위치로 버텼다. 데뷔를 앞두고 최후의 만찬이라며 대표님이 소고기를 사주셨는데 진짜 많이 먹었다. 근데 조금만 먹으라고 핀잔을 주시더라."
▶예쁜척, 귀여운척에 손발 오그라들 것 같아
-신인 가수들이 굉장히 많다. 앤씨아만의 생존전략은.
"솔로라서 더 눈에 띄지 않을까. 노래도 최신 유행하는 노래와는 조금 다르다. 살짝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할까. 10대는 공감하지 못해도, 20~30대는 공감하는거 같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점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
-신곡은 교생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시크한 성격으로 표현하기 많이 힘들겠다.
"예쁜척 귀여운척이 너무 힘들다. 특히 노래에 '오빠'란 말이 엄청 나오는데 힘들어 죽겠다. 친척 중에 오빠 한 명이 없다.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는 배우 이종석 선배님을 떠올린다. 선배님을 엄청 좋아해서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다봤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분보다는 매력있는 분을 더 좋아한다. 혹시 만나게 된다면 '오빠'라고 해줄거다."
-신곡을 처음 받고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에 멜로디를 받고는 어떤 가사가 붙어야 좋을지 생각했다. 대표님이 '교생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가사를 써오라고 하셨다. 근데 경험이 없다보니 공감이 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공감과는 거리가 있는데 그래도 노래는 좋다."
-배우 정만식이 티저 영상에 출연했다.
"내 얼굴을 공개하기 전에는 정만식 선배님이 립싱크하는 버전의 티저가 먼저 나왔다. 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분이라, 내가 더 예뻐보일 수 있는 효과가 있는거다. 하하. 선배님이 '7번방의 선물' 이후에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고 계신다. 요새 갑자기 '핫'해지셔서 우리끼리는 '아저씨 잘하고 계세요'라며 응원하고 있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길고 굵고 하고 싶다. 하하.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그건 두 번째 인거 같고 노래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유명하지 않아도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할머니에게 드리고 싶다. 친할머니가 한 분 계신데, 나를 엄청 예뻐하신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자랐다."
-데뷔 전 논란의 사진과 글 때문에 '한 방에 훅간' 연예인도 많다.
"문제될 건 없지만 혹시나 해서 다이어리부터 방명록, 사진까지 모두 내렸다. 트위터는 몇달 전에 탈퇴했다. 내가 워낙 말을 '쎄'게 하는 편이라…. 하하.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걱정할 건 없겠더라. 지금은 말이든 행동이든 둥글게둥글게 하고 있다."
-10년 뒤의 앤씨아를 상상하자면.
"27살이다. 노래를 계속 하고 있으면 좋겠다.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고 싶다. 실용음악과에 가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도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