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시민구단 전환 및 안산시로의 연고 이전 문제가 축구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일간스포츠가 이를 최초 보도(8월23일자)한 이후 연일 여러 매체를 통해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화 축구단은 K리그 최다 우승(7회)의 금자탑을 쌓고도 축구단 간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 모른다. 이번 일이 그저 한 구단이 아닌, 축구계 전체의 과제라는 데 대해서는 축구인들 대부분이 의견 일치를 본 게 분명하다.
일간스포츠가 성남의 시민구단 전환 움직임을 감지한 건 올해 초다. 지난해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별세한 이후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축구단이 속한 통일스포츠단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중단한 것을 확인한 게 계기가 됐다.
기업형 구단으로서의 생명력이 다했다고 판단한 성남 구단은 먼저 연고지역 자치단체인 성남시와 시민구단 전환 가능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는 무산됐다. 매년 최소 1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구단 운영비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성남 축구단에 대한 시민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성남 구단이 안산시와 손을 잡은 건 '윈-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성남은 선수단과 구단 역사, 자부심 등 유·무형 자산을 계속 보전할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안산시로서는 안산 할렐루야(현 고양 Hi FC)가 떠난 후 연고 구단 없이 버려진 와~스타디움(3만5000석)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또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 프로축구단을 지역 정서의 구심점으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문제는 시와 구단이 물밑 접촉을 통해 '공유결합'을 사실상 합의해놓고도 이를 당당히 밝히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론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 기존 홈팬들의 감정을 거스르면서까지 재창단 과정의 '속살'을 드러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구단의 존립 여부와 시의 비전이 함께 걸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성남 구단의 안산행은 '연간 20억 원 이상을 지원할 메인 스폰서십 확보'라는 중차대한 선결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를 비롯해 몇몇 기업이 내년에 탄생할 안산 FC(가칭)의 메인 스폰서십 참여를 고심 중이지만, 구단과 안산시가 한목소리로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성남 축구단은 '공중분해', 안산시는 '축구 불모지'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안산시와 성남 구단이 합병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무조건 감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축구는 어떻게든 계속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