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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 몰아주기 여전
대기업들의 계열 금융사에 대한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정무위 김종훈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별 계열사 거래 비중 현황' 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롯데손해보험은 퇴직연금 적립금 7171억원 가운데 롯데 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92.6%인 6644억원에 달하는 등 대기업들이 계열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는 관행이 바뀌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손해보험 뿐만아니라 HMC투자증권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현대자동차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이 90.2%였다.
롯데손보와 HMC투자증권의 계열사 퇴직연금 취급 비중은 각각 지난해 말 기준 93.9%, 91.0%이었는데,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행 상반기에도 계열사 비중은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현대라이프는 현대차 퇴직연금 비중이 지난해 말 0%에서 6월 말 69.7%로 오히려 급증했다.
지난 4월 협회자율 규제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계열사 물량 비중을 5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바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 계열사 퇴직연금 취급 비중은 6월 말 현재 각각 48.8%와 44.4%로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하이투자증권의 현대중공업 계열사 퇴직연금 취급 비중은 지난해 말 81.9%에서 6월 말 43.6%로 감소, 자율 규제에 따라 계열사 퇴직연금 규모를 충실히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대기업이 계열 금융회사에 퇴직연금을 집중 위탁하고 계열 금융회사 역시 계열기업 위주로 영업을 하는 것은 계열기업의 경제력 집중 등 경쟁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한 계열기업 부실 시 계열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반 부실화해 근로자의 수급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비계열사 물량을 운용하면서 얻은 수익률이 자기 계열사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보다 오히려 높거나 낮아도 근소한 차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계열 금융회사가 계열기업으로부터 퇴직연금을 위탁받는 과정에서 특별이익이나 부당한 계약조건을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며 "금감원은 이에 대한 감독 및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