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상호(24)의 야구 인생은 굴곡지다. 신고선수 입단 뒤 방출의 아픔만 두 차례 겪었다. 그러나 프로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신고선수로 세 번째 입단한 NC에서 전문 대주자로 활약하던 그가 최근 선발 내야수로 기회를 얻고 있다. 그의 야구 인생에 먹구름이 걷히고 드디어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대주자계의 도루왕
이상호는 대주자 전문 요원이다. 경기 막판 1점이 필요할 때 대주자로 투입돼 빠른 발로 승부한다. 27일 현재 22도루로 정근우(SK)·오지환(LG)과 함께 공동 8위에 올라 있다. 전문 대주자인 삼성 강명구(10개)나 넥센 유재신(7개)과 비교하면 굉장히 많다. 특히 실패는 단 2번 뿐이어서 도루 성공률은 91.7%다.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14명의 선수 중 성공률이 90%를 넘는 이는 이상호밖에 없다. 그는 "경기 막판 1점차 승부에서 도루 시도는 부담이 크다. 만약 실패하면 분위기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도루보다는 득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확실한 타이밍에서만 뛴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는 잘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며 "전준호 코치님과 도루 1위 (김)종호(41개·NC) 형이 투수의 퀵 모션과 주루 플레이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든든해했다.
◇두 번의 신고선수 입단과 방출
그의 빠른 발이 프로에서 빛을 보기까진 긴 시간이 걸렸다. 대구 상원고를 졸업한 그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2년제 강릉 영동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학년 때도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결국 2010년 롯데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방출됐다. 2011년 SK 신고선수로 계약했지만 또다시 방출됐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롯데나 SK에서 '내가 못했다'라기보다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오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늘 갖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SK에서 함께 몸담았던 최일언(52) NC 투수코치의 추천으로 2011년 가을 NC 입단 테스트를 받아 합격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거쳐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팀 내 '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이제는 경기 시작부터 뛴다
김경문(55) NC 감독은 이상호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감독 입장에선 경기 막판 1점 승부에서 주루 플레이를 할 선수가 필요하다. 빠른 발 때문에 계속 뒤에서 쓰게 됐다"며 "하는 것에 비해 이상호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호에게 진짜 기회가 왔다. 최근 6경기 연속 선발 2루수로 출장했다. 수비·주루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받은 타격에서도 시즌 타율 0.275(80경기 69타수 19안타)로 성적이 쏠쏠하다. 경기 시작부터 투입되면서 뛸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그는 "대주자로 출전할 때는 도루 목표가 25개였는데, 지금은 30개로 다소 올렸다. 타석에선 3번 더 기회가 생기니 골라치는 여유가 생겼다"고 웃었다.
아직 확실한 주전은 아니다. 지석훈(29)·차화준(27) 등과 주전 경쟁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야구장을 향하는 발걸음은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이상호는 "'아. 이런 느낌이구나' 싶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기쁘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려고 돌아왔나 보다"며 기뻐했다. 외아들인 그는 "부모님께서 잘하면 문자로 축하해주신다. 못하면 '괜찮다'고 격려해 주시는데 큰 힘이 된다"고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