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설경구·하정우·황정민 등 영화계 톱스타들이 올 한해에만 각각 세 편씩 신작을 내놓고 있어 화제다. 1년에 한 편을 내놓는 것도 힘든 현실 속에서 이 정도로 다작(多作)을 하는게 쉽지는 않은 일. 영화팬들의 입장에선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의 신작이 반가울 따름이다. 출연작들의 개봉시기가 우연히 겹쳐진게 원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열심히 연기활동을 해 '보여줄 것'을 축적시켜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꾸준히 대중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작품선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는 일부 배우들의 태도와 대비를 이룬다. 연기에 자신있는 배우들만 가능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오랜만에 '다작배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2000년에 '반칙왕' '공동경비구역JSA'를, 2002년에 'YMCA야구단' '복수는 나의 것'을 차례로 발표하며 연타석 안타를 날렸지만 이후 한 해에 여러 편의 주연작을 내놓는 경우는 없었다. 올해처럼 하반기에 연속으로 세 편이 극장에 걸리게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마침 '설국열차'가 관객 10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공개된 '관상' 역시 호평을 듣고 있다.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기본적으로 500만~600만명 이상은 거뜬히 모을 것이란 반응. 송강호 역시 소시민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정감있는 연기로 '역시 충무로 최고 배우'라는 말을 들었다.
이어 겨울이면 80년대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변호인'이 개봉된다. 데뷔후 처음으로 변호사를 연기한 송강호를 만날수 있다. 앞서 2011년 '푸른소금'에 이어 2012년 '하울링'까지 연이어 실패하면서 위기론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올 하반기 연타석 홈런을 치며 건재함을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작이유: 송강호는 "의도한건 아닌데 작품들의 개봉시기가 겹쳐 다작을 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 그저 꾸준히 연기를 했을 뿐 특별히 의도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쉼없이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2002년에도 '광복절 특사' '오아이스' 등 2편을 내놨고, 2007년 당시에도 '싸움' '그놈 목소리'를 들고 나왔다. 올해는 아예 하반기에만 2달 간격으로 내리 세 편을 극장에 내걸고 있다. 특히 세 편 모두 장르와 캐릭터가 판이하게 달라 매번 새로움을 준다. 앞서 '감시자들'에선 냉철한 특수감시반장을 연기했고 '스파이'에서는 아내에게 신분을 속이며 살아가는 비밀요원 역을 맡아 코믹연기를 보여준다. 이어 10월 개봉되는 '소원'에서는 성폭행 당한 딸의 아버지를 연기하며 눈물연기를 펼친다. 한동안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로 출연하며 '비슷한 연기만 보여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던 설경구가 오랜만에 절절한 감정연기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500만명을 넘긴 '감시자들'에 이어 신작 '스파이' 역시 '추석 특수를 누릴 영화'로 꼽히고 있다.
다작이유: 설경구는 "다작 속에서 대작이 나온다.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감각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다작 출연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눈에 띄게 다작을 하는 배우. 매년 서너편의 출연작을 내놓는게 기본이다. 2008년에도 '추격자'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등 3편을, 2011년에도 '범죄와의 전쟁' '의뢰인' '러브픽션' 등 3편을 내놨다. 올해도 1월부터 '베를린'으로 시동을 걸더니 여름 성수기에는 모노극에 가까운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대박흥행'을 이끌며 '충무로 대세'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10월에는 감독데뷔작 '롤러코스터'를 내놓고 연출력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
향후 2~3년간의 스케줄 역시 확정이 된 상태. 현재 윤종빈 감독의 신작 '군도:민란의 시대'를 찍고 있으며, 이후에는 연출과 주연을 겸하는 영화 '허삼관 매혈기'의 준비에 들어간다. 현재 시나리오 개발과정에 있는 '앙드레 김'도 곧 촬영일정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작이유: 하정우는 "1년에 3편 정도는 해줘야 지루할 틈이 없어 좋다. 영화 작업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일이라는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흥행을 우선시하기보다 일단 연기에 집중하는 스타일. 이미 상영을 마친 '신세계'와 '전설의 주먹'으로 기록한 성적은 1승 1패. '전설의 주먹'이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둬 안타까움을 줬지만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없었다. '신세계'를 통해서는 '황정민만이 보여줄수 있는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들었다. 하반기 개봉예정인 '남자가 사랑할때'에서는 멜로연기를 펼친다.
사실 오래전부터 황정민은 '다작배우'였다. 2009년에도 '오감도'와 '그림자 살인'을 발표했다. 2007년에는 '검은집' '열한번째 엄마' '행복' 등 3편을 내놨다. 2005년에는 '너는 내 운명' '달콤한 인생' '천군' '여자, 정혜' 등 4편을 공개해 '쉬는 시간은 언제냐'라는 말을 들었다.
다작이유: 황정민은 "항상 관객에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는게 배우의 의무"라며 "한 작품 이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배우도 있지만 내겐 안 어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