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회사 구글은 '꿈의 직장'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회사라는 점도 있지만 수영장까지 갖출 정도로 직원들을 위한 근무 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외국 회사를 마냥 부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새 둥지를 튼 게임회사들이 최고의 근무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 사옥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찜질방·요가실·농구장·만화방·자전거 전용 보관소 등 직원의 건강과 편의, 취미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각종 시설을 갖췄다. 그야말로 한국판 '꿈의 직장'이다.
엔씨 판교사옥엔 병원에 찜질방까지
판교 게임회사 중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은 엔씨소프트다. 지난 7월 31일 준공식을 마친 엔씨소프트의 판교R&D센터는 대지 1만1570㎡(3500평)에 지하 5층, 지상 12층으로 삼성동 R&D센터보다 5.2배나 크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사옥 내의 시설들이 일반 회사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병원이다. N타워 2층에 위치한 메디컬센터에 회사 소속의 전문의가 감기와 같은 내과 진료를 비롯해 정형외과, 소아과 등 간단한 진료를 본다.
지하 2층에는 '설마 이런 곳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있다. 바로 40명 이상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찜질방과 1인 스파실이다. 특히 찜질방에는 직원들끼리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정규 농구코트 1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실내체육관도 있어 농구·족구·배드민턴 등 운동을 즐길 수 있다.
630석 대규모의 컨벤션홀은 주말에는 임직원의 결혼식에 쓰인다. 신부대기실, 폐백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분리예식·동시예식 등 예식 형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 60명 수용 규모의 세미나홀·5개의 강의실·2개의 미팅룸·라운지 등으로 이뤄진 엔씨유니버시티와 지도교사는 물론 간호교사·영양사·조리사도 상주하는 어린이집, 2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등도 있다.
만화방·요가실에 직원 상주 자전거보관소도
NHN에서 분할한 NHN엔터테인먼트(전 한게임)의 신사옥 플레이뮤지엄도 빠지지 않는다. 지상 10층, 지하 6층 규모의 플레이뮤지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지하 1층에 위치한 대형 구내식당 '포트629'. 항구 컨셉트에 사옥 주소인 삼평동 629번지를 붙인 포트629에서는 점심과 저녁 때마다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4가지 메뉴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바쁜 직원을 위한 도시락 코너도 따로 있다. 야간에는 라면 등을 직접 끓여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 형태의 '야참포차'가 운영된다. 직원증만 제시하면 하루 5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1층 로비 한쪽에는 점검·수리 등을 해주는 전담 직원이 상주해 있는 자전거 전용 보관소가 들어섰다. NHN엔터 관계자는 "회사 근처에 거주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고 1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자전거도 적지 않아 사옥 안에 보관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판교로 이사한 엑스엘게임즈의 만화방도 눈에 띈다. '진격의 거인'과 같은 최신 작품과 'H2', '슬램덩크'와 같은 과거 명작까지 만화책 2500권 이상이 비치돼 있으며 10여명이 동시에 앉아 볼 수 있다. 지난달까지는 상주 아르바이트생이 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송재경 대표가 순정 만화부터 액션 만화까지 두루 섭렵할 정도로 만화책 마니아"라며 "만화책은 게임개발자에게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에도 도움이 돼 만화방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일찌감치 둥지를 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에는 요가실이 따로 마련됐다. PC 앞에서 장시간 앉아 있는 임직원들이 언제든 스트레칭과 요가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주 화·목요일에 전문 강사를 초빙해 요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홍보실장은 "게임회사는 여러 사람들이 소통하고 오래동안 집중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직원들이 회사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판교로 온 게임회사들이 이를 위해 최적의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