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日, ‘방사능 악재’ 딛고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 확정
일본 도쿄가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권을 품에 안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총회에서 2020년 올림픽 개최도시 투표를 실시했다. 도쿄는 최종 결선투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60-36으로 압도했다.
도쿄는 1964년 올림픽 이후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한다.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두 차례 이상 치르는 도시가 됐다. 여름올림픽 역사상 복수 개최는 런던(영국·3회), 파리(프랑스), 로스앤젤레스(미국), 아테네(그리스·이상 2회) 등에 이어 도쿄가 5번째다.
'안전'의 아이러니
외신은 IOC가 도쿄를 선택한 이유가 '안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일 "IOC는 도쿄라는 가장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2014 겨울올림픽 개최지 소치, 그리고 2016 여름올림픽 개최지 리우데자네이루가 정치적,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대회를 잘 치를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IOC는 안전한 도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와 경쟁했던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고 터키 이스탄불은 모두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치명적이었다.
도쿄 2020 유치위원장인 다케다 쓰네카즈는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 ▶일본의 경제력 ▶도쿄의 안전도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오랫동안 유치해온 도쿄의 역사를 강조했다. 그는 이를 묶어서 '안전한 두 손(safe pair of hands)'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했다.
그러나 방사능 공포가 퍼져가는 와중에 도쿄가 안전하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에서 230㎞ 떨어진 후쿠시마 원전에서 하루 300톤 가량의 방사능 오염수가 새어나온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후쿠시마 원전이 도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과 관련해 도쿄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도쿄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데 실패한 것도 방사능 공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지 더데일리비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재앙에 대한 뒷처리 여부가 도쿄의 남은 과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IOC는 방사능보다도 개최지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무서웠던 셈이다.
부산의 한숨
도쿄는 2016년 올림픽 유치경쟁에서 한 차례 실패한 후 재수 끝에 이번에 올림픽 유치권을 따냈다. 이로써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2020년 도쿄여름올림픽이 연달아 아시아에서 열리는 진기록이 나왔다.
하지만 2024년 여름올림픽 개최 의사를 밝혔던 부산은 '올림픽 개최 대륙별 안배'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동·하계 올림픽이 잇달아 아시아에서 열리는 상황에서 부산이 2024년 대회를 가져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