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야드의 샷 이글과 168야드의 홀인원. 행운의 대박 샷이 두 차례나 나왔다. 투어 데뷔 3년 차인 김세영(20·미래에셋)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 2013에서 연장전 끝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꺾고 6억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김세영은 우승상금 3억원과 17번 홀의 홀인원 상품인 1억5000만원 상당의 승용차(벤츠 G클래스), 그리고 소속사에서 받는 특별보너스(우승상금의 50%) 1억5000만원까지 합쳐 생애 최고액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KLPGA 투어 사상 단일 대회 개인 최고액의 돈방석에 앉았다.
8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1언더파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세영은 16번 홀까지 단독선두를 질주했던 유소연에게 3타를 뒤져 우승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남은 홀은 이제 단 두 홀. 그러나 17번 홀(파3)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6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핀 앞쪽에 떨어진 뒤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갔다. 1타 차. 유소연은 김세영의 예상치 못한 홀인원으로 추격을 받자 흔들렸다. 마지막 18번 홀(파5·598야드)에서 두 번째 샷이 왼쪽 암벽을 맞고 튕겨 나왔지만 4온 2퍼트로 보기를 했다. 김세영은 이날 4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5언더파로 유소연과 동타를 이뤄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김세영이 연장 승부의 밑돌을 놓은 것은 앞서 9번 홀(파4) 러프에서 56도 웨지로 건저 올린 71야드의 이글 샷이었다.
연장전 첫 홀.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유소연의 티샷은 페어웨이 한복판에 떨어졌지만 두 번째 샷이 깊은 러프에 잡혔다. 유소연은 3온에 실패했고,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은 핀을 2.5m나 지나쳤다. 그 파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김세영의 세 번째 샷도 그린에는 못 미쳤지만 퍼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는 김세영은 1.2m의 파 퍼트를 홀 가운데로 완벽하게 밀어넣었다. 석양의 긴 그림자가 유소연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김세영의 역전승이었다.
김세영은 지난 4월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5개월 여 만에 통산 2승을 기록했다. 그는 "생애 첫 승 때도 마지막 홀에서 이글(퍼트)을 해 우승했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세영의 작은 아버지(김정수) 친구인 문정훈씨는 "어젯 밤 꿈에 태안 앞바다에서 팔뚝만한 물고기를 두 마리나 잡았다. 친구가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했는데 이글과 홀인원이 나왔다"고 기뻐했다.
한화금융 네트워크가 국내 최고액인 12억원의 총상금을 걸고 치른 이 대회는 올해 선수들의 변별력을 더 높이기 위해 지난해 평균 10㎝ 수준이던 러프를 18㎝까지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국내 톱랭커인 장하나(21)와 김하늘(25·이상 KT), 김효주(18·롯데) 등은 억센 러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각각 합계 9오버파, 10오버파, 11오버파로 부진했다. 최유림(23·고려신용정보)이 합계 1오버파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