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86년생 동갑내기 내야수 이원석(27)과 오재일(27)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난겨울 올 시즌 화려한 비상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부상과 포지션 경쟁에 밀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던 두 선수의 아쉬움이 담긴 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을 수 있었다. 이원석과 오재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야구지만, 점점 채워지고 완성돼가는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가는 시간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두산은 7연승을 달리며 선두권(1·2위) 싸움에 고삐를 당겼다. 지난 주말(7·8일) 목동 넥센전서 2연패를 당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후반기 들어 두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원석과 오재일의 방망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원석은 후반기에만 37경기 출장해 5홈런 20타점·타율 0.348(132타수 46안타)을, 오재일은 19경기에서 1홈런 11타점·0.463(41타수 19안타)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잠실 KIA전에서 팀이 3-2로 근소하게 앞선 5회 오재일과 이원석이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에 쐐를 박았다. 팀이 7연승(8월29일~9월6일)을 하는 동안 이원석과 오재일은 각각 1홈런 2타점·타율 0.370(27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0.426(14타수 6안타)의 타율로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선보였다. 김진욱(53) 두산 감독은 "이제는 (이)원석이와 (오)재일이에 대한 물음표가 없어졌다. 두 사람 모두 언제 내보내도 제 몫을 다 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칭찬했다.
아픔이 있었기에 강해질 수 있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목표를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이 닮아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스프링캠프 이후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은 이원석과 오재일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이원석은 "한 번은 2군에서 연습경기가 끝나고 도시락을 까먹는데 울컥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왜 지금 내가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오)재일이 없었으면 2군에서 자포자기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오재일도 "서로 잘하자며 힘을 불어 넣어준게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 6월 함께 1군에 있을때는 원정과 홈을 가리지 않고 경기 후 함께 방망이를 움켜잡고 스윙 연습을 하며 '잘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빛을 발한다. 이원석은 "재일이가 타석에 나가면 어느 공에 방망이가 어떻게 돌았고, 폼이 어땠는지를 자세히 관찰한 뒤 말해준다. 재일이도 마찬가지로 나에 대해 꼼꼼히 모니터링을 해준다"면서 "재일이가 1루수로 나서면 수비시 1루로 공을 던지기가 참 편하다. 재일이는 어떤 공이든 다 잡아 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경기에 대타로 나가거나 징검다리식 출장이 많은데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잘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오재일은 "원석이 수비도 잘하고 공격도 잘한다. 예전부터 욕심이 많은 친구였는데, 그 욕심이 늘 원석이를 발전하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바라보는 곳도 비슷하다. 이원석은 "두산의 3루수하면 이원석이 떠오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말로 오재일은 "두산의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차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