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들의 평균 청소년 자살률은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0년간 57%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압박과 학교폭력, 왕따 스트레스, ADHD 등으로 인한 '충동적 자살'이 대부분으로 마땅한 해결책 없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KRA한국마사회와 대구시가 해결사로 나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문제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바로 청소년 자신이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치료를 위해 병원이나 상담소를 방문하는 경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본인이 먼저 위축되면 당연히 치료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은 놀이와 체육, 예술 등과 치료를 연계해 청소년의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승마도 그 중 하나이다. 청소년 문제와 정서장애 치료에 탁월한 치유승마는 말(馬)이라는 동물을 친구삼아 노는 것이 핵심 과정이기 때문. 말을 만지고, 타고, 돌보는 과정에 정서장애 치료 프로세스가 녹아 있어서, 청소년은 말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힐링의 효과까지 얻는 셈이다.
KRA한국마사회는 지난해 말을 활용해 청소년 정서장애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KRA승마힐링센터’가 인천과 시흥에 오픈한데 이어 12일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대덕승마장(3만3천여㎡)에 'KRA 승마힐링센터' 3호점이 개장했다.
이날 개장 행사에는 김영만 한국마사회장 직무대행과 김범일 대구광역시장,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 이진근 대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청소년 승마치료 및 장애인 재활치료 및 대구시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개발 등에 공동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 MOU체결, 시설투어, 재활승마를 시연할 예정이다. 특별초청 손님으로 양준혁 대구시 홍보대사(SBS 야구해설위원, 前 삼성라이온즈 선수)와 김재범 유도선수(2012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가 오픈행사에 참석해 홍보대사로 나설 예정이다.
대구승마힐링센터는 국내 최초로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사례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앞산공원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재활승마 교관 2명과 상담사 3명, 재활치료사 1명 등 전문 인력 11명이 상주하며, 3개의 상담실과 심리검사실, 감각치료실, 미술치료실, 놀이치료실, 시청각교실 등 5개의 치료실을 통해 50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매년 2000여명 이상의 정서장애 청소년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청소년 정서장애 치료에 활용되는 치유승마(therapeutic riding)는 장애인 치료에 널리 알려진 재활승마의 한 종류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서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말과의 교감을 통해서 신체적,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치료방법이다. ‘동물매개치료(AAT, Animal-Assisted therapy)는 해외에선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한 치유승마 프로그램이 운영될 정도로 일반화 돼 있다.
승마힐링은 동물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치료가 아닌 놀이처럼 느껴져 집중도와 참여율이 높다. 말의 갈기를 빗겨주고 몸을 손질해주며 친해진 뒤 말을 데리고 승마장으로 나간다. 말을 타는 것뿐만 아니라 말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센터의 승마강습은 육체적 재활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재활승마와 달리 말과의 교감을 통한 심리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지난해 6월 처음 문을 열었던 인천 KRA승마힐링세터는 치료효과가 입증되면서 지난 1년간 총 1만5270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1년간 승마치료 7170건, 상담 7898건, 심리검사 202건 등을 진행했다. 승마힐링센터는 인천광역시교육청의 2차 상담센터로 지정돼 초·중·고등학교 고위험군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위탁받아 소아·청소년들의 힐링에 힘쓰고 있다. 현재 인천 승마힐링센터는 인천지역 40개 학교 재학생 가운데 상담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승마강습을 제공하고 있다.
KRA 한국마사회 사회공헌 추진단 박한용 단장은 “승마프로그램은 다른 치료와 달리 치료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고,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 때문에 효과도 더욱 좋다”며 “승마힐링센터가 개소하고 치유 승마의 효과가 퍼지면서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센터에 대한 건립에 대한 문의가 많다. 하지만, 마땅한 승마 시설과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기존 승마힐링센터의 운영성과를 모델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