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중국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펼치고 제17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태국 라차부리의 찻차이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4위 결정전에서 중국에게 세트스코어 3-2(13-25 17-25 25-21 25-23 15-1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지난 20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일본에게 1-3으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세계랭킹 5위 중국을 맞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초반부터 고질적인 서브 리시브 불안을 드러내며 중국에 끌려가다가 1·2세트를 맥없이 내줬다. 차해원 감독은 세터 이재은(KGC인삼공사)을 빼고 이다영(선명여고)을 투입해보기도 했지만 경기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3세트부터 대반격이 시작됐다. 11-14로 끌려가다 상대 서브 범실에 이어 박정아(IBK기업은행)가 연속 블로킹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다영이 강력한 서브를 상대 코트에 내리꽂았다. 교체 투입된 오지영(한국도로공사)도 연속 서브 에이스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20-16으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4세트마저 25-23으로 잡아내고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김연경을 앞세워 상대 코트에 맹폭을 퍼부었다. 11-9에서 긴 랠리 끝에 김연경이 강력한 오픈 공격에 성공한 뒤 포효하자 중국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김연경은 14-11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터트리며 2시간 10분간의 혈투를 마무리 지었다.
김연경은 서브에이스와 블로킹 3개씩을 포함해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3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김연경은 "선수들의 믿음이 통했다"면서 "5세트를 앞두고 날 믿고 올려달라고 주문했는데 이것이 잘 통한 것 같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믿을 수 없는 역전극을 일궈냈다"면서 "김연경뿐만 아니라 멋진 디그를 선보인 리베로 김해란, 세터 이재은과 이다영 등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비록 목표했던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김연경은 "3위로 대회를 마무리해서 너무나 기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