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시청자들은 긴 연휴 기간 중 쏟아진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골라보며 즐거웠지만, 각 방송사 예능국은 소리없는 전쟁을 치렀다. 추석연휴 중 무려 12편의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정규편성 전 단발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 방송돼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쳤고, 프로그램 별로 냉정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일단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에선 가장 성적이 좋다. '짝' '풀하우스' 등은 파일럿으로 방송됐다 좋은 평가를 받아 정규편성이 된 경우들. 연휴기간 방송된12편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중, 시청자들의 깐깐한 검증을 거쳐 '방송 가능'도장을 받아든 작품을 각 방송사에서 한 편씩 골랐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청률: 1회(19일,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시청률 기준 8.1%), 2회 (20일, 8.6%), 3회 (21일 8.5%) 유사 프로그램: MBC '일밤-아빠! 어디가?' 내용: 이휘재(41)·이현우(47)·추성훈(38)·장현성(43)이 48시간 동안 자녀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호평 및 가능성: 추석 방영 파일럿 예능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생명은 출연진의 호감도. 생후 150일 된 아기(이휘재의 아들 서언·서준)부터 11살 초등학생(장현성의 아들 준우)이 출연하니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엄마·아빠 미소'를 지으며 봤다. 집안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가 다각도에서 잡은 아이들의 반응이 생동감 있었다. '아빠, 어디가?'의 유사프로그램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끈끈한 부정(부정)을 보여줘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빠, 어디가?'가 여행지에서 겪는 일을 보여준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집안 곳곳에서 일상을 담는다. '이바람' 이휘재가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가 눈물을 흘리고, '불륜 전문 배우' 장현성이 아들들과 앉아 세상을 떠난 부친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 등이 안방에 훈훈한 감동을 끌어냈다.
약점: 아이를 키우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매회 새로울 수 있을지가 문제. 특집 방송 정도라면 신선하지만, 매주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은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는 지적.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선 출연진을 자주 교체해야 하지만 어린아이들이라 그것도 쉽지는 않다. '아빠!어디가?'도 아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에피소드가 떨어지면서 고민에 빠진 상태라 섭외가 쉽지는 않을 듯.
▶MBC '위인전 주문 제작소'
시청률: 6%(19일) 유사 프로그램: SBS '힐링캠프' 내용: 김구라·김성주·비스트 이기광·씨스타 보라 등이 스타들의 위인전을 만든다.
호평 및 가능성: 게스트 한 명의 이야기에 치중하기 보다 주변인물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많이 담아 기존 토크쇼와의 차별화에 신경썼다. 스타의 선생님과 어린시절 친구, 연예인 동료 등의 영상 인터뷰를 진행한다. 스타가 자신의 위인전을 만들면서 과거를 미화하는 걸 검증한다는 아이디어다.
첫 게스트 박원숙의 출연도 괜찮다는 평. 굴곡 있지만 성실하게 연기자 인생을 걸오온 박원숙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료 오미연은 영상 인터뷰에서 "박원숙이 2003년 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뒤 가면성 우울증까지 앓고 있으며 명절이 되면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박원숙은 "남의 얘기인 것 처럼 말해왔는데 객관적으로 (나를)보니 난 너무 불쌍한 여자같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약점: 위인전을 만들만한 대단한 스타를 섭외하는 게 쉬울까. 연륜과 깊이가 있는 스타를 찾는 게 제일 큰 문제. 이미 '힐링캠프' '무릎팍 도사' 등에 나갔던 출연자들을 또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첫 회엔 박원숙뿐 아니라 박현빈이 함께 출연했지만 인생 경험이 짧아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SBS '이장과 군수'
시청률: 1회(19일, 4.7%) 2회(20일, 3.3%) 내용: 배우 손병호와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가 충남 아산시 역촌리 명예 이장 자리를 두고 격돌하는 과정을 다루는 정치 예능 프로그램이다.
호평 및 가능성: 정치 예능의 시초 '썰전'과 현직 국회의원들의 정치쇼 JTBC '적과의 동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두 프로그램들이 정치란 소재를 예능에서 풀어냈다면, '이장과 군수'는 선거를 치루는 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정치의 현실을 풍자한다. 첫 회에서는 이만기와 손병호가 일주일 동안 이장 선거를 앞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그렸다. 2004년 총선 출마 경험 있는 이만기가 손병호와 경쟁 구도를 그리며 "(지난 번엔 떨어졌지만)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는 말하며 의욕을 보였다. 연예인들이 상대 후보를 비방해 벌금형을 받고, 거리 유세에 나선 모습 등이 신선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선거 개표 방송을 해 긴장의 끈을 붙든 점도 호평 받았다. 이장에는 손병호가 당선됐다.
약점: 파일럿이라 그런지 다소 정리가 안된 듯 산만하다. 표심을 얻기 위해 이만기가 연 '노래자랑'에 너무 많은 분량이 할애됐고, '이만기 당' 이도영과 '손병호 당' 보라의 불필요한 러브라인 때문에 오히려 몰입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