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아동 성폭행이란 예민한 사건을 굳이 영화소재로 채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준익 감독은 2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소원' 시사회에서 "아동 성폭행은 뉴스에서나 볼수 있는 사건이다. 막상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 울분을 터트리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했다. 자세히 보려하지 않았던 이유 중에는 그 사건 자체가 주는 불편함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막상 이런 내용의 시나리오를 읽은후 한번쯤 정면으로 이런 사건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봐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힘들 정도로 불편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만들어보고 싶었다"라면서 "굉장히 민감한 소재라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이라도 불손한 태도가 영화에 담길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공손하고 정중하게, 모든 상황에 진정성있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나를 포함해 스태프와 배우 모두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소원'은 단란한 가정의 어린 딸이 성인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구타와 성폭행을 당한후 장애를 지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2008년 12월 일어났던 '나영이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피해자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고발성향이 강하다기보다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감동을 준다.
이준익 감독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성폭행 소재를 영화에서 다룰땐 주로 고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라야만 했다. 피해자의 내일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거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바라고 있지만 그보다도 더 소망하는건 억울하게 당한 이들이 잘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가족들이 정말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작업했다.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를 인정받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그 이상의 사회적인 목소리는 우리 영화의 몫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