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형제 회사’인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이양구 창업주의 두 딸이 바로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그룹 부회장이다.
오리온그룹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오리온 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양그룹이 오리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외 투자자들 및 주요 주주들로부터 우려와 문의, 상황설명 요청이 잇따르고 있어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담 회장은 이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경영 안정과 주주들의 불안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본인과 부인(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오리온 그룹의 지배 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감독 당국은 만기 도래 기업어음(CP)의 상환 자금이 부족해 '10월 위기설'이 도는 동양그룹에 대해 '오너 일가가 CP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동양그룹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해 CP를 상환할 계획을 갖고 이를 오리온그룹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 기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계열 5개사가 발행한 CP는 1조1000억원에 이르며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오리온 그룹이 자금 지원을 거절하고 나서면서 동양그룹은 계열사별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총 여신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이 중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동양과 동양시멘트 등에 5000억원 정도의 여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산은은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1조1000억원이 대부분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몰려 있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형제 기업인 오리온 그룹이 지원을 거절한 마당에 여신 규모도 크지 않은 채권은행이 나서서 동양그룹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동양그룹에 대한 아무런 지원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에게 만기 도래 CP를 막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위한 보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양그룹은 만기 도래 CP를 막기 위해 자구노력을 진행중이지만 역부족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23일 "동양매직 매각, 동양파워 지분 매각, 화력발전 지분 매각, 섬유사업 부문 매각 등을 조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그룹 안팎에서는 기업어음 상환이 시급해진 동양그룹이 자산을 적정 수준에 매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 초께 동양매직의 매각이 예정돼 있지만 동양그룹의 급박한 사정이 알려지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동양파워 지분 매각이나 섬유사업 부문과 레미콘 공장 매각 일정 역시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양그룹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계열사별로 주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요청하거나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