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팀들마다 유망주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한화의 송창현(24)과 유창식(21), 넥센의 문성현(22)과 오재영(28), SK의 백인식(26) 등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단은 벌써부터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막바지 9월에 호투한 투수들의 내년 시즌 활약도 장담할 수 있을까.
먼저 이들의 성적을 보자. 문성현과 오재영은 8월부터 넥센 선발의 단비가 됐다. 9월 월간 성적만 보면 문성현의 평균자책점(1.35)은 밴헤켄(0.47)에 이어 전체 2위다. 오재영(1.93)도 2승을 거두며 안정된 피칭이었다. 송창현은 9월 평균자책점 1.44의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지만 타선 지원이 없어 3패만 안았다. 유창식은 8월 3승1패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고, 25일 LG전에서 7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백인식은 8~9월 7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은 2.41이다. 두 달 내내 기복이 없다.
문성현과 오재영은 기존 선발진이 무너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송창현과 유창식은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기대주다. 백인식은 5선발을 훌륭히 수행해왔다. 내년까에도 지금처럼 잘 던져준다면, 올해보다 팀 전력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시즌 막판 호투는 보증수표가 될까, 신기루로 사라질까.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9월의 호투는 약간 거품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투수 출신인 윤석환 본지 해설위원은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마치면 당사자에게 많은 도움은 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가을에 반짝했다가 사라진 투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더 높다고 봤다. 그는 "팀마다 투수층이 얕다. 가을에도 못 하는 투수들도 많지 않는가. 이들은 마무리훈련부터 관심과 기회를 많이 갖게 받게 되고,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확실한 주무기를 갖췄거나 자신만의 폼을 완성시킨 상태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다. 윤석환 위원은 "제구력이 좋아졌다거나, 변화구 하나가 확실하다거나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서 지금 잘 던지고 있다면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상대 타자들이 공이 낯설어 순간적으로 고생했다면 내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좋은 예가 있다. 지난해 노경은(29)은 9월 5경기에서 5승무패 평균자책점 0.23으로 언터처블이었다. 윤희상(SK)은 6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1.80이었다. 노경은(12승6패)과 윤희상(10승9패)은 9월에 시즌 성적의 절반 가까이를 거뒀다. 그리곤 올해 팀의 확실한 선발로 자리잡았다.
윤석환 위원은 "윤희상은 몇 년 동안 가능성을 보여주다가 재작년에 2군에서 포크볼을 확실히 연마했다. 노경은은 10년 가까이 고생하다가 팔 스윙을 짧게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결국 주무기를 만들거나 폼을 수정해서 제구력을 완성해서 시즌을 끝내면 내년에 확실한 카드가 된다.
주의할 것도 있다. 윤석환 위원은 "코칭스태프가 더 잘 되게 하려고 잘못 손을 대 망가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다 내년에 다시 제자리걸음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