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창간특집] 김응용 감독이 기억하는 ‘원조 야구여신’ 모연희씨
모연희씨는 "반가운 얼굴이 있다"고 했다. 이번 시즌 한화의 사령탑으로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응용(72) 감독이다. "제가 아나운서를 할 때 김 감독님은 한일은행 1루수였어요. 그때도 덩치가 크고 강타자셨죠. 저희 집이 동대문 인근에서 음식점을 했는데, 오셔서 식사를 하고 가실 때도 있었어요. 그때도 정말 많이 드셨어요. 한화로 돌아오신 걸 알고 어찌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저희는 이제 잊히는 세대인데…, 현장에 나와서 일하시는 그분을 보면 참 행복합니다. 혹시 감독님을 만나시면 안부 좀 전해주세요."
김응용 감독에게 모연희씨에 대해 물었다. "1960년대 동대문구장 첫 여성 아나운서를 아냐고? 모 여사 말이야? 그럼~, 당연히 알고 있지." 그의 기억 속에 모연희씨는 '모 여사'로 남아 있었다. 50년 세월이 흘렀지만, 또랑또랑하게 타순을 읊던 그 목소리만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1960년대는 김응용 감독이 선수이자 젊은 사령탑으로 빛나던 시절이었다. 평안남도 평원 출신인 김 감독은 부산 개성중 1학년 때 포수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부산상고와 우석대를 거친 그는 61년 실업팀이었던 한일은행에 입단했다. 공포의 4번타자였다. 한일은행 1루수이자 간판타자로 승승장구하던 김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김응용 감독은 "모 여사가 체구는 작았는데 목소리가 참 예뻤다. 외모? 기왕이면 얼굴도 예뻤다고 해 달라"며 쾌활하게 웃었다.
원로 야구인이자 모연희씨의 아버지인모무열(1983년 작고)씨에 대한 기억도 빼놓지 않았다. 1976년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 대행직을 끝으로 은퇴한 모무열씨는 제9회 아시아선수권 우승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김응용 감독은 "모 여사 아버지께서 유명한 야구인이었다. 중앙고 감독도 하셨고 아마추어 팀 감독도 여러 번 역임했다. 동대문 구장 인근에서 식당도 운영하셔서 자주 찾아가 밥을 먹었다. 목소리도 크고 성격도 괄괄해서 야구계 명물로 통했던 분이셨다"며 추억을 더듬었다.
반 백 년 만에 다시 들은 반가운 이름. 1960년대 동대문구장을 휘젓던 두 사람은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겼다. 반가움과 동시에 건강도 걱정되기 마련이다. 김응용 감독은 "모 여사가 어디 아프신 곳은 없나 모르겠다. 혹시 만나거든 안부 좀 전해달라"고 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