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神)이 날아올랐다. 양학선(21·한국체대)이 세계선수권 남자 도마 2연패에 성공했다.
양학선은 6일(한국시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제44회 세계 기계체조선수권대회 마지막날 도마 종목 결선에서 평균 15.533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양학선은 2011 도쿄세계선수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 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한 것은 1991~92년 도마에서 2연패 한 유옥렬 이후 21년 만이다.
양학선의 2연패는 조금 더 특별하다. 양학선은 2011년 세계선수권과 2012 런던올림픽, 그리고 2013 세계선수권까지 휩쓸며 명실상부한 '도마의 신'이 됐다.
양학선은 결선 직전까지 신기술 카드를 꺼낼지 고민했다. 아직 선보인 적이 없는 신기술 '양학선 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비틀기)'는 실전에서 직접 사용하고 성공시켜야만 국제체조연맹(FIG) 공식 기술로 등재된다.
하지만 양학선은 고민 끝에 모험 보다 실리를 택했다. 이번에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북한 체조영웅' 리세광(28)을 비롯해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 동메달리스트 이고르 라디빌로프(우크라이나)까지 경쟁자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또 양학선은 런던올림픽 이후 신기술을 연습하느라 무리를 해서 허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굳이 최고난도 기술로 도박을 하지 않고 안전한 기술을 써도 우승할 가능성이 컸다. 이번 대회 심판으로 참가한 남승구 대한체조협회 기술위원장은 "양학선은 예선처럼만 뛰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양학선2'를 결선에서 실패한다면 금메달을 놓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하니 다른 선수들 컨디션과 점수 등을 보고 전략을 잘 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학선은 예선에서 '양학선 1'과 '양학선 2'를 모두 쓰지 않았다. 송주호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대회 직전까지 양학선이 '양학선 2'를 꾸준히 연습했지만, 성공률을 20~30% 정도였다"고 했다. '양학선 2'는 가장 어려운 수준인 난도 6.4다.
양학선은 결선 1차 시기에서 '양학선 1(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다. 난도 6.4다. 착지할 때 한 발짝 앞으로 가며 살짝 불안했지만, 15.733점을 받았다. 이미 앞서 7명의 경쟁자들이 기록한 것보다 훨씬 높은 점수였다. 2차 시기에서 무리하지 않고 '쓰카하라 트리플(손 짚고 옆돌아 뒤공중 돌며 세 바퀴 비틀기)'를 시도했다. 깔끔하게 착지한 양학선은 15.333점을 받아 가볍게 1위에 올랐다. 신기술 '양학선 2'는 다음 대회까지 아껴뒀다. 2위는 스티븐 레전드레(미국·15.249점), 3위는 크리스티안 토마스(영국·15.233점)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