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의무가 있는 채무보증과 달리 공시의무가 없어 재벌 계열사 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자금보충약정 금액이 2012년 기준 2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벌 계열사간 채무보증액 1조 6939억원의 약13배에 달한 규모로,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편법적인 빚보증을 하고 있는 셈이어서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집단별 자금보충약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35개 집단 86개 소속회사가 총 586건 21.8조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80건으로 전체금액의 23.4%인 5.1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상호제한출자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규제를 피해 사실상 편법적인 채무보증을 하고 있는 셈으로 자칫하면 재벌 계열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인 극동건설에 대한 채무보증약정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재벌그룹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자금보충약정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원칙적으로 채무보증이 제한된 대규모 기업집단의 규제되지 않는 편법적인 빚보증이다”며 “공시의무 등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도 전체의 80.5%인 17.5조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몰려있어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 좌초되었을 경우 재벌 계열 건설사에 자금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재벌 그룹별 자금보충약정 규모는 SK그룹이 2조17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그룹이 2조 1330억원, 효성 2조550억원, 한진 2조430억원, 포스코 2조 26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Tip 자금보충약정 : 자금보충약정은 자회사나 계열사가 금융회사 채무 등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경우, 약정제공회사가 자금을 대신 지원해 금융회사 채무 부족분을 충당해주는 약정으로, 보증제공회사가 직접 금융사에 돈을 갚는 채무보증과 방식은 다르지만 사실상 효과는 같다. 그러나 채무보증과 달리 공시의무가 없어 상호 채무보증이 금지된 대기업 계열사 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