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전작에서 30~40대의 로맨스를 그려왔던 김은숙(40) 작가가 이번에는 부유층 10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9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수목극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에서 대한민국 상위 1%의 상속자들이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여주인공을 둘러싼 채 벌이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려낼 예정이다.
앞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 공개된 영상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러브라인', '변형된 신데렐라 스토리' 등 김 작가가 기존작에서 보여줬던 특징들이 그대로 예고됐다. 또한 재벌 남자주인공과 가난한 여자주인공 등 뻔한 설정 때문에 우려도 있는 상황.
이에 김 작가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상속자들'에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전작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같은 재벌, 혹은 가난한 캐릭터라도 다르게 그려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연배우 이민호의 전작 '꽃보다 남자'와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꽃보다 남자'같은 얘기를 다시 쓸 것이었다면 이민호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 방송 후에는 '꽃남'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을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가' '신품' 등 전작들과 캐릭터의 연령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작과의 차이점과 유사점은 무엇인가.
(김은숙, 이하 김)"'상속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극중 캐릭터의 연령대다. 장동건·현빈 등이 연기한 30~40대에서 이민호·박신혜 등이 맡은 18살 고등학생으로 확 낮아졌다. 고등학생이라는 새로운 설정 말고는, 내가 원래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했다. '신데렐라 스토리', '또 남주가 재벌이냐' 등의 얘기가 나올 줄은 알았지만, 새로운 소재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반 보 앞선,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에피소드나 대사 등에 많이 신경쓰고 있다. 소재가 아주 특이하지는 않지만 굴러가는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신선할 것이다."
-강신효 감독과의 첫 호흡은 어떤가.
(김)"사람들 사이에서 내 대사가 어렵다, 혹은 오글거린다는 얘기가 있더라. 감독님이 현장에서 일상에서 안 쓸것같은 대사가 있을 경우, 조금씩 자연스럽게 바꿔주고 있다. 대본보다 더 풍성한 화면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민호)"작가님의 대사 중 '항상 비맞은 강아지처럼 귀엽단 말이야'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런 대사는 약간의 수정을 거쳤다(웃음)."
-'온에어' '신품' 등에선 방송가 뒷이야기나 중년 로맨스 등 기존 드라마와 다른 지점이 있었다. 반면 '상속자들'은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 아닌가.
(김)"'상속자들'에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내 모든 전작들도 클리셰 덩어리였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좋게 봐 주셨다. 같은 재벌이더라도, 혹은 가난한 여주인공이라도 기존 드라마 캐릭터들과 다른 행보를 걷는다면 클리셰를 벗어날 수 있다. 그게 내가 잘하는 부분이고 재미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 길이다. '많이 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재미있네' 정도의 느낌을 주고 싶다. '예전과 완전 다르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나는 또 달라졌다'고 답할 수는 있다. '상속자들'은 '어른들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가 될 것이다."
-말랑말랑한 러브스토리나 신분차가 있는 남녀의 갈등과 사랑을 주로 그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내 인생 모토가 '사랑밖엔 난 몰라'이기 때문이다. 남편과는 세상에 둘 밖에 없는 것처럼 연애를 했고, 감독님과 작업을 할 때도 미친듯이 한다. 연애·사랑 얘기를 좋아해서 자꾸 하다보니, 또 잘하게 되는 것 같다."
-이민호의 캐릭터가 '꽃보다 남자' 구준표 역할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있다.
(김)"이민호가 이미 한 번 재벌가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던 것이 사실 그렇게 마음이 편치는 않다. 하지만 방송 후에도 '꽃남'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면, 아마 이민호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 역할을 맡긴 이유는 '꽃남'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방송이 시작되면 '꽃남'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김)
(이민호)"'꽃남'이 끝나고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내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점점 딱히 슬픈 일도, 크게 기쁜일도 없어졌다. '상속자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한 감정을 다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 시절의 이민호와 지금의 나는 다르기 때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