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두산의 최대 강점으로는 경험이 꼽혔다. 두산은 최근 7년간 6차례나 포스트시즌(PS)에 올라 엔트리에 든 27명 중 21명이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창단 6년 만에 첫 가을 야구를 하는 넥센은 10명만이 PS 무대에 서봤다. 특히 팀의 핵심선수인 박병호와 나이트, 허도환, 강정호 등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정반대였다. 8일 1차전에서 넥센의 가을 새내기들은 모두 제 역할을 해냈다. 반면 두산은 실수를 연발했다. 적어도 이날만은 넥센이 능숙했고, 두산이 '초짜' 같았다.
0-2로 뒤진 2회초. 두산은 홍성흔의 내야안타를 시작으로 이원석-정수빈-양의지의 4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상대 선발 나이트의 초구에 스퀴즈 번트를 댔다. 하지만 넥센 포수 허도환 앞에 떨어진 공은 멀리 가지 않았다. 3루주자 정수빈은 스킵 동작을 한 뒤 홈으로 스타트하지 못했다. 재빨리 공을 주운 허도환은 3루수 김민성에게 연결해 정수빈을 협살로 잡아냈다. 사인 미스 혹은 작전 수행 실패였다. 공격의 리듬이 끊긴 두산은 결국 추가점을 얻는 데 실패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고 평상시 작전을 잘 하던 선수도 간혹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던 김진욱 두산 감독의 우려대로였다.
반면 넥센의 작전은 척척 맞아들었다. 1회초 내야안타로 진루한 서건창은 초구에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의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서건창은 여유있게 3루까지 갔다. 서동욱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넥센은 손쉽게 선제점을 얻었다. 3회 무사 1·2루와 9회 무사 1루에서는 서동욱과 허도환이 희생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반면 두산은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이어졌다. 1회 서건창 타석 때 유격수 김재호는 강한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잘 잡아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며 던진 공은 1루수 김현수가 점프를 해서 잡을 정도로 높았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두산으로선 아쉬운 장면이었다. 3회 무사 1루에서는 서건창의 1루 땅볼을 김현수가 잡았으나 투수 니퍼트와 2루수 허경민의 1루 커버가 늦어지면서 내야안타가 됐다.
두산은 주루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4회 2사 뒤 2루타를 친 정수빈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7회 1사 1루에서는 대타 오재일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이택근의 정면으로 향했다. 그러나 1루주자 정수빈은 일찌감치 출발해 2루까지 절반 이상 간 상황. 결국 정수빈은 이택근의 1루 송구에 더블 아웃이 됐다. 정수빈은 이날 2-3으로 뒤진 9회 초 2사 후 극적인 동점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두 차례 횡사로 추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맹타도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