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12일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 뒤 '태권축구 논란'이 뜨겁다. 스페인의 '문도 데포르티보'는 "한국의 작전은 네이마르 사냥인듯하다"고 비꼬았다. 한국은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2개의 파울을 범하며 거칠게 수비했다. 경기 후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는 "친선전이고 경기에 함께 뛰는 동료다. 다치지 않게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네티즌은 "1970~80년대 태권축구로 회귀했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네이마르와 날선 신경전을 벌였던 이청용(볼턴)의 말은 달랐다. 그는 경기 후 "네이마르를 막기 위해 파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개인기가 뛰어나서 그냥 놔두면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한다. 그래서 경기 나가기 전부터 거칠게 하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총대를 메고 할 말을 한 이청용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
나 역시 현역 시절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러봤고, 감독으로서는 브라질 클럽 인터나시오날을 상대해 봤다. 브라질 선수들은 한 번 삼바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반면 상대가 끈적끈적하고 적극적인 프레싱을 펼치면 쉽게 흥분한다. 모따 등 많은 브라질 출신 K리거들도 그랬다.
한국은 브라질전 전반 43분 네이마르에 프리킥에 선제 실점하기 전까지 거친 전방압박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날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기죽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였다.
'더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론할 수 있다. 이청용은 거칠게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했지만, 부상을 입힐 만큼 치명적인 파울을 하지는 않았다. 이청용 자신이 과거 살인태클을 당해 10개월 짜리 장기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는 거친 파울이 얼만큼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안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터프하지만 정당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오스카(첼시)도 이청용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 "그럴 수도 있다"두둔했다. 네이마르도 "7번(이청용)과 16번(기성용)이 날 거칠게 대했다"면서도 "파울도 경기의 일부다"고 쿨하게 넘겼다.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지 100일 남짓 된 홍 감독에게 브라질전은 단순한 평가전 이상이었다. 본선에서 만날 강팀 상대 리허설이었다. 실력 차가 분명하다면 대안을 만들어야한다. 카메룬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서른 개가 넘는 파울을 한 뒤 역습 한방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물론 과유불급은 경계해야한다. '터프'하게 하되, '더티'해서는 안 된다. 월드컵 본선은 파울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하다. 거친 플레이로만 일관하다가는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국가들은 최근 브라질에 대패했다. 지난해 중국은 0-8, 이라크는 0-6 참패를 당했고 올해 일본은 0-3, 호주는 0-6으로 졌다. 한국 선수들은 0-2로 비교적 선전했는데도 경기 후 브라질 선수들과 유니폼 교환을 하지 않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전 패배 후 서럽게 눈물을 쏟은 이천수(인천), 2011년 아시안컵 일본전 패배 후 엉엉 운 손흥민(레버쿠젠)처럼 분한 표정이었다. 상대가 명품 팀, 명품 선수들이라고 해서 중국처럼 0-8로 진 뒤 네이마르와 유니폼을 바꾸려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고 싶은가. 그보다는 터프하더라도 이기고 싶어 투지 넘치는 모습이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