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 2차전 9회말. 2-7로 뒤진 한신은 2사 뒤 맷 머튼이 히로시마 마무리 캄 미콜리오로부터 우전안타를 치자 왼손타자를 대타로 내보냈다. 등번호 24번의 왼손타자는 초구 볼을 고른 뒤 미콜리오의 시속 154㎞짜리 직구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힘차게 날아간 뒤 오른쪽 파울 폴 안쪽에 떨어졌다. 2점 홈런. 승부를 뒤집기엔 늦은 시점이었지만 고시엔 구장을 가득 채운 한신 팬들은 열광했다. '대타의 신' 히야마 신지로(44)가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때려낸 대타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히야마는 홈런을 친 뒤 먼저 홈을 밟은 머튼과 감격스러운 듯 끌어안았다.
히야마는 1991년 한신에 입단해 올해까지 23년간 뛰었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4번타자를 맡기도 했다. 올스타전에도 3번이나 출전했고, 사이클링 히트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3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히야마의 역할은 대타로 국한됐다. 팬들은 2008년 대타 전문으로 나서면서도 3할 타율을 기록한 그에게 '대타의 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올 시즌에는 대타 통산 100타점을 넘어서면서 대타 최다 안타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황진환'이란 이름을 가진 재일동포 3세로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 대표적인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히야마에게 올 시즌은 특별했다. 44살의 나이를 감안해 '현역 마지막 시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입단 후 한신이 한 번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러나 센트럴리그 2위를 차지한 한신은 3위 히로시마에 2연패하면서 가을 야구를 마감했다. 그러나 히야마의 선수 생활은 홈런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됐다.
히야마는 경기 뒤 "팀이 연패해 홈런은 중요하지 않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좋은 타구가 나와 나 자신도 놀랐다. '내게 야구의 신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23년 중 가장 뛰어난 홈런이었다. 은퇴 경기라고 억지로 치면 땅볼이 될 것 같아 겸허하게 가운데로 친다는 생각이 좋은 타구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