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비렉스 니가타 감독은 이 선수를 딱 두 마디로 표현했다. 다부지고 헌신적이다. 가시마와 나고야 등 일본 J리그 상위권팀들이 영입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올 초 만난 일본 J리그 관계자가 알비렉스 니가타 왼쪽풀백 김진수(21)를 극찬하며 건넨 말이다. 김진수는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그의 극찬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김진수는 12일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헐크(제니트)를 꽁꽁 묶더니, 15일 말리와 평가전에서 과감한 오버래핑과 페널티킥 동점골을 유도한 번뜩이는 크로스를 선보였다. 이영표(36·밴쿠버)의 2011년 1월 대표팀 은퇴 후 2년 넘게 무주공산인 왼쪽풀백 적임자로 급부상했다.
김진수는 깜짝 탄생한 신데렐라가 아니다. 각급 연령별 대표를 거친 엘리트다. 2009년 U-17 월드컵에서 주장과 전문키커를 병행하며 손흥민(레버쿠젠)과 함께 8강 신화를 이끌었다. 2011년 U-20 월드컵 스페인과 16강에서 테요(바르셀로나)를 봉쇄한 것은 물론 탁월한 공격력을 뽐냈다.
현대축구에서는 공격형 풀백들이 각광 받고 있다.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올리고, 윙어들의 중앙 침투길을 열어준다. 공격 빌드업의 시발점 중 하나다. 지난 4월 유럽 연수 중 직접 본 다니엘 알베스(바르셀로나)와 마르셀로(레알 마드리드)는 풀백인지 윙어인지 헷갈릴 만큼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지난달 영국 웸블리에서 직접 본 잉글랜드 왼쪽풀백 레이튼 베인스(에버턴)의 왼발 감아차기 크로스는 데이비드 베컴급이었다.
나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왼쪽 윙백을 봤지만, 김진수는 박경훈·하석주 등 한국 축구 계보를 이을 공격형 풀백이다. 말리전에서 김진수의 칼날같은 얼리 크로스에 손흥민이 한 템포 늦게 헤딩슛하는걸 보고, 김진수의 공격 재능에 감탄했다.
하지만 김진수는 미완의 대기다. 말리전에서 섣부른 파울로 선제 프리킥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요즘 세계축구 윙어들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이상 레알 마드리드)처럼 피지컬과 기술을 겸비했다. 다소 작은 체구(177cm·69kg)인 김진수는 이들을 막기위해 경험과 수비력을 더 키워야 한다.
김진수가 전형적인 공격형 풀백보다는 이영표나 필립 람(바이에른 뮌헨)처럼 공수 겸장 풀백이 됐으면 한다. 이영표는 주특기 헛다리 짚기 뒤에는 안정적인 수비력이 깔려있다. 람은 풀백의 3가지 요소인 킥과 민첩성, 수비력을 갖춘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다.
김진수는 두 선수처럼 공격력 뿐만 아니라 수비력을 신장 시킬 필요가 있다.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유럽파 윤석영(QPR)과 박주호(마인츠)를 밀어낸 김진수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주전 자리를 굳혀야 한다. 윤석영이 QPR에서 아수 에코토-클린트 힐과 주전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이 강조하는 민첩성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왼쪽 터치라인에 서있는 선수는 아마 김진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