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FA컵 결승전을 TV로 보던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 들어가자 중계를 하던 MBC가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뉴스'와 '쇼! 음악중심'을 연달아 방송하기 위한 결정이다. 중계진은 "케이블채널(MBC스포츠플러스)에서 이어서 볼 수 있다"고 시청자들은 안심시켰다. 이 과정에서 MBC 중계 방송을 끌어와 보여주던 포탈 사이트 다음에 갑자기 축구가 아닌 MBC 뉴스가 방송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채널을 MBC스포츠플러스로 돌려도 축구 중계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프로농구 경기 4쿼터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결국 FA컵 결승전은 농구가 끝난 뒤 연장 후반부터 중계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연장 전반 퇴장당하는 장면은 아예 중계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결승전의 꽃'인 시상식 장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방송을 중단했고,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 재방송이 방영됐다.
MBC는 생중계를 하기 위해 경기시간까지 앞당겨 놓고서 제대로 된 중계를 하지 않아 축구팬들의 더 큰 공분을 샀다. FA컵 결승은 주로 오후 2시에 열린다. 많은 관중을 모으기 위해 2010년에는 오후 4시에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MBC 방송 스케줄에 맞춰 30분 당겨 오후 1시 30분에 경기가 시작했다. 팬들은 30분 일찍 경기장에 와야만 했다.
MBC는 지난 14일 열린 두산과 넥센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끝까지 중계한 바 있다. 오후 6시에 시작해 4시간 53분 걸린 경기를 중단 없이 중계했다. 그래서 '8시 뉴스데스크'가 3시간 가량 밀려 오후 11시쯤 시작했다.
팬들은 '축구 중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서, 내년 월드컵이 되면 '축구는 MBC'라고 할 것 같다. 월드컵 중계는 반드시 SBS나 KBS로 보겠다', '이럴 거면 애초부터 케이블방송에 중계를 넘기지 그랬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