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팬들 사이에서는 2001년 한국시리즈가 화제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정규시즌 1위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은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2년이 흐른 지금, 2001년 두산 우승의 주역들은 현재의 두산을 어떻게 볼까.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과 선수였던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 이경필 IPSN 해설위원, 그리고 지금도 뛰고 있는 홍성흔의 말을 통해 2001년과 2013년의 두산을 비교했다. 과연 두산은 '어게인 2001'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짜임새는 2013년이 낫다
2001년 두산은 한 방이 있는 팀이었다. 넓은 잠실구장이 홈으로 쓰면서 13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같은 조건의 LG가 85개에 그친 걸 감안하면 가공할 만한 장타력이었다. 김인식 위원장은 "장타력은 대단했다. 우즈와 김동주가 있었고, 심정수가 떠났지만 심재학이 있었다. 타자들을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경필 위원도 "중심타선 외에도 안경현, 장원진 등 좋은 타자들이 많았다. 특히 우즈가 필요할 때마다 한 방을 쳐줬다"고 했다. 당시 우즈는 한국시리즈 단일시즌 최다인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MVP에 올랐다.
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는 올해가 더 낫다는 의견이다. 김인식 위원장은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수비와 주루, 정교함 등 전체적인 야수진의 힘은 지금이 더 낫다. 감독이 여러 가지 작전을 구사하기에도 편한 조건"이라고 했다. 안경현 위원도 "기동력이나 수비에서 지금의 두산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선수단의 사기가 높다는 점은 12년 전과 비슷하다. 안경현 위원은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와 분위기와 자신감이 상당히 좋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가 적어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감독도 "사기를 무시할 수 없다. 체력? 정규시즌은 6일 경기 하고 하루 쉰다. 포스트시즌은 이틀 하고 하루 쉬지 않나.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했다. 홍성흔은 "우리는 우승을 위해 뛴다.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말했다.
◇마운드는 2001년보다 불안
네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 있다. 바로 불펜진의 불안이다. 2001년 두산도 마운드가 강하진 않았다.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선발진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대신 이혜천을 거쳐 진필중으로 이어지는 뒷문은 강했다. 그해 42세이브를 올린 진필중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3세이브를 거뒀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로 호투했다. 안경현 위원은 "당시 투수진이 약했다고는 하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두산은 밑고 맡길 만한 선수가 없다"고 했다. 이경필 위원도 "선발은 지금이 나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무게감은 그때가 좋았다. 진필중 선배가 확실히 뒤에서 버텨줬다"고 했다.
그렇지만 선발진만 놓고 보면 해볼 만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식 위원장은 "김진욱 감독이 마운드 운용하기가 참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올라온 만큼 자신감을 갖고 벤치가 움직일 필요가 있다. 더 과감해져도 된다. 선발은 괜찮지 않느냐"고 했다. 홍성흔은 "그때는 선발투수 중 부상자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희관, 니퍼트, 노경은이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