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모두 '가을야구' 단골답게 긴장보다는 여유가 넘쳤다. 앞선 준플레이오프(준PO), 플레이오프(PO)와 비교해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가는 덕담 속에 설전도 벌어졌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23일 대구구장 옆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미디어 데이에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내 생애 최고로 기억될 만한 시리즈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진욱(53) 두산 감독은 "힘들게 올라왔다. 삼성의 3년 연속 통합 우승 도전을 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중일과 김진욱 26년 전에 무슨 일이…
류중일 감독은 "지난 3월 정규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두산을 우승 후보로 뽑은 이유가 있다"며 "강팀이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KS에 올라왔다"고 칭찬했다. 준PO와 PO 미디어데이를 거치면서 한결 여유가 생긴 김진욱 감독은 "나는 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실력만 갖고 (삼성을) 이기기는 힘들다. 야구가 운이 작용하는 스포츠다. KS를 앞두고 좋은 기운이 우리쪽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감독은 선수 시절 맞대결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류 감독은 "프로 첫해(1987년) 김진욱 감독(당시 OB 투수)을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냈다"며 "이를 계기로 야구를 잘하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안타를 맞은 건) 시범경기 때였다. 류 감독은 대학교 때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고, 야구를 잘하는 후배였다"고 화답했다.
류 감독은 '김진욱 감독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잘 생기지 않았나"라며 "나랑 비슷하게 선수들과 소통하는 스타일이다"고 덕담했다. 김 감독은 "쑥스럽다"면서 "아마 시절부터 류 감독이 야구를 정말 잘 했다. 심리와 기술을 잘 조화해 세세하게 지도한다"고 칭찬했다. 프로 통산 타율이 0.265인 류 감독은 통산 53승을 거둔 김 감독을 상대로 타율 0.300(27타수 9안타)을 기록했다.
류 감독은 키 플레이어로 정병곤과 이승엽을 꼽았고, 김 감독은 "정수빈·최재훈 외에 다른 선수들이 미쳐주면 조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유희관의 재치. 최형우·배영수의 대응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은 준PO와 PO를 거친 두산보다 체력에서 앞선다. 삼성 최형우(30)와 배영수(32)가 이를 강조하자 두산 유희관(27)은 "삼성이 3주간 쉬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3일을 충분히 쉬었다. 몸이 달아올랐다. 삼성의 3연패보다 우리가 우승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유희관은 '맞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은 선수'를 묻자 "4번타자인 (최)형우 형을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니퍼트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희관이 공을 꼭 쳐 보겠다"고 답했다. 정규시즌에선 최형우가 유희관에게 12타수 6안타(0.500)로 강했다. 두산 홍성흔(36)은 "오승환 공을 정말 못 쳤다. (오승환이) 해외에 나가기전에 이번에 꼭 치고 싶다"고 했다. 배영수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만루홈런 악몽을 안긴 김현수와 오재원을 복수 대상으로 꼽았다.
단상에 놓인 우승 트로피를 놓고도 입담이 계속됐다. 유희관이 "두산표 해피 엔딩이 됐으면 좋겠다. 트로피는 처음 봤는데 얼마나 무거운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배영수는 "왜 삼성이 강한지를 보여주겠다"며 "유희관 선수, 우승 트로피는 우리 것입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