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내야진에 비상이 걸렸다. 준플레이오프부터 12경기째 혈투를 치르다 보니 지치고 아픈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두산은 주전 내야수 이원석(27)과 오재원(28)이 남은 한국시리즈(KS)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KS 엔트리에서 내야수를 한 명 빼고 투수를 넣어 백업 내야수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아픈 선수들이 많은 점이 제일 큰 걱정"이라던 김진욱(53) 두산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두산은 LG와의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엔트리를 조정했다. 내야수 최주환(25)을 제외하고 대신 일본 교육리그에서 가장 구위가 좋았던 우완 투수 김명성(25)을 넣었다.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하려면 투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PO는 4경기 만에 끝났지만 7전4승제의 KS를 치르기 위해선 투수 한두 명에게 기대기 어려워 집단 운용이 필요하다는 구상이었다. 투수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 벤치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위험을 초래하고 말았다. 비교적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내야진에서 줄부상이 일어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2루와 3루 수비는 물론 대타, 대주자까지 가능한 최주환이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제외한 것이 뼈아픈 선택이 됐다.
주전 2루수 이원석은 KS 2차전에서 스윙을 하다 왼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뒤 결국 3차전에 결장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28일 KS 4차전을 앞두고 "상태가 좋지 않다. 본인은 뛰고 싶어하는데 상태를 지켜보면서 쓰겠다. 4차전 선발은 빠진다"고 전했다. 3차전에서는 2루수를 맡던 오재원마저 부상을 당했다. 오재원은 1-3으로 뒤진 7회말 1사 후 2루타로 출루한 뒤 손시헌의 적시타 때 홈으로 뛰다 왼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득점에는 성공했지만 트레이너에게 업힌 채 벤치로 돌아왔다. 경기 뒤 병원에서 받은 진단 결과는 햄스트링 인대 확장. 두산 관계자는 "5차전까지는 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두산 벤치는 3차전에서 오재원이 빠진 뒤 손시헌에게 그대로 유격수를 맡긴 채 김재호를 2루, 허경민을 3루에 세웠다. 김재호와 허경민은 무난하게 자기 자리를 잘 지켰다. 하지만 문제는 남은 경기를 이들 세 선수가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두산의 KS 엔트리에 내야수는 8명이지만, 최준석 오재일 홍성흔을 빼면 2루, 3루, 유격수 요원은 손시헌 김재호 허경민 오재원 이원석 5명뿐이다. 자칫 부상자가 더 생길 경우 전문 내야요원이 아닌 선수들이 그 자리를 맡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결과적으로는 최주환을 제외한 것이 큰 변수가 됐다. 두 주전 내야수가 다치면서 두산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