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두산이 잘 나가는 비결에 대해 두산 선수들은 '끈끈한 응집력'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장 홍성흔(36)이 있다. 홍성흔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바쁜 선수다. 안에서는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고, 밖에서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팀 결속력을 높이는 데 힘을 쓴다. 두산을 뭉치게 하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홍성흔은 부상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홍성흔뿐이 아니었다. 팀 내 주축 선수인 오재원과 이원석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두산에는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이때 홍성흔은 특유의 긍정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은 다독였다. 그는 "우리 애들이 워낙 야무지고 누구든지 다 잘한다. 나 하나 없어도 티가 안난다. 오늘은 무조건 이길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홍성흔은 이날 경기 내내 단 한시도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있지 않았다. 공수교대 때나 팀이 득점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더그아웃 앞에 나와 동료를 맞이하고 격려하면서 마음만큼은 그라운드에 뒀다.
한국시리즈뿐 아니다. 홍성흔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이 초반 2연패했을 때 행여 선수들의 기가 죽을까 싶어 괜히 "형이 시리즈 전에 점을 보고 왔는데, 우리 팀 기운이 좋단다. 이제 이길 일만 남았다"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선수단에 포스트시즌 연승을 기원하는 시루떡을 돌리기도 했다. 홍성흔은 "단기전은 결국 심리 싸움이다. 결국 위축되는 팀이 지는 거다. 애들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신감을 심어주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시즌 중에도 홍성흔은 팀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선수들에게 "남 탓하지 말고 내 탓을 하자. 내가 좀 더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면서 팀원들끼리 뭉치고 단합하자"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힘은 두산이 포스트시즌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두산 투수 이재우는 "지금의 두산과 예전의 두산을 비교하면 결속력에서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홍)성흔이 형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단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산 관계자도 "홍성흔이 들어오면서 선수단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홍성흔을 필두로 선수들이 다 같이 뭉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홍성흔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두산이 FA(프리 에이전트) 홍성흔을 영입했을 당시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포지션 중복 문제도 그렇지만, 30대 중후반의 베테랑에게 그라운드에서 기대할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두산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에게 중심타자 역할뿐 아니라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성흔은 두산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긍정의 리더십을 통해 증명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두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선수단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홍성흔을 영입하면서 두산에는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