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5차전 패배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대한 자심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삼성보다 1승이 더 앞선 상황도 그렇지만, 전력면에서 삼성에 뒤질 것이 없다는 것이 두산의 생각이다. 특히 두산의 입장에서는 5-7로 패한 5차전이 실보다는 득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큰 힘을 얻게 한다.
내 카드 아끼고, 상대 마운드 소진
이날 두산은 삼성의 마운드를 확실하게 소진시켰다. 선발 윤성환(2⅓이닝 4실점)을 조기 강판시키면서 필승조 안지만을 쓰게 했다. 안지만은 3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동안 45개의 공을 던쳤다. 시즌 내내 1~2이닝 정도를 소화했던 것을 감안하면 안지만에게는 부담이 되는 경기 내용이다.
삼성은 안지만에 이어 6차전에 선발 등판할 밴덴헐크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밴덴헐크가 두산 타선을 상대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하루 휴식 뒤 선발 등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6차전에서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져 줄 수 있느냐에 물음표가 붙는다. 윤석환 본지 해설위원은 "아무리 구위가 좋다지만, 하루 휴식 후 선발 등판을 한다는 것은 투수가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시즌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투수도 아니고 규칙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줬던 투수이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부를 2점 차로 가져가면서 9회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등판시킨 것도 두산에는 호재였다. 오승환은 이번 시리즈에서 6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졌다. 천하의 오승환이라지만. 누적된 투구수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두산은 이날 여차하면 등판시킬 예정이었던 유희관과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팀 불펜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핸킨스를 아꼈다. 5차전 경기를 앞두고 "팀이 이기는 상황이 되면 유희관을 등판시킬 것"이라고 했던 김진욱 감독은 경기 내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유희관 카드를 아꼈다. 무리를 해서 유희관을 등판시켰다 5차전에서 패할 경우 출혈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핸킨스를 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공격력 여전, 부상병 복귀 임박
타선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원석과 오재일, 홍성흔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빈자리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공격에서 힘을 내고 있다. 5차전에서도 두산은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홈런 2방 포함 10안타를 두들겼다. 두산 이원석이 "이제는 몸이 다 나아도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할 정도다.
두산이 6차전 승부에 자신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6차전에서는 부상병이었던 이원석과 홍성흔, 오재원이 돌아올 수 있다. 활용 자원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연이틀(4·5차전) 양의지의 선발 출장으로 최재훈의 체력도 많이 회복된 상태다. 최재훈은 "피곤함을 모두 사라졌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할 때만큼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대구구장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1·2차전 때 연승을 거뒀던 장소다. 두산이 대구행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홍성흔은 "우리가 대구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탔다.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우리도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